누구 말이 맞는 걸까.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압력성 이메일'과 관련, 이용훈 대법원장과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의 연루 의혹은 이번 파문을 단순히 '법원장의 재판 개입'이라는 차원에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지점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사태는 점점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촛불 재판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상의 주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법원장은 6일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 대법관에게 업무보고를 받을 당시에 자신은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임을 강조했다. "야간집회 금지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면 위헌심판 제청을, 합헌이라고 생각한다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신 대법관은 이후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법원장의 메시지'라며 "법원이 일사불란한 기관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위헌제청 사건 외)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이 대법원장은 "대체로 내가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했으나, 신 대법관은 "대법원장과의 교감이 없었고 내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 대법관이 11월에 보낸 이메일을 보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그는 촛불 재판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당부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내외부(대법원과 헌재 포함)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못박았다. 일련의 과정상 이 대법원장의 간접적 지시, 구체적인 '지침'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헌재도 문제의 이메일에 직접 언급된 만큼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헌재소장은 "신 대법관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신 대법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신 대법관이 당시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헌재소장을 직접 만나 야간집회 위헌제청 사건의 조속한 결정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또 신 대법관이 이메일에서 "헌재가 결정을 연내에 끝내주길 강력히 희망한 바 있다"고 밝힌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통해 관련 의혹의 진위 여부를 명쾌히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