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몰리션 맨'의 주인공인 경찰 스파르탄은 30명의 인질을 구조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70년 동안 냉동 감옥에서 복역한다. 영화의 결말은 스파르탄과 대결하던 악당 피닉스가 순간 냉동되어 얼음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지면서 끝이 난다. 피 한 방울 튀기지 않으면서도 그처럼 살벌했던 영화가 있었을까. 몇 년 전 네덜란드에서 이와 흡사한 기술이 개발되었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회자되고 있는 빙장(氷葬)이다.
시신을 영하 196도의 질소 탱크에 넣어 순간 동결시킨 뒤에 진동을 주어 파쇄한다. 가루는 녹말 상자에 넣어 나무 밑에 심는데 일 년도 되지 않아 완전 분해된다. 화장장 벤치에 앉아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던 굴뚝을 올려다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일단 화장에 비해 시신의 훼손이 없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관련 설비 및 유지 비용 또한 저렴하다.
생물학자 수잔 매삭은 '무기물인 사체가 새로운 유기물을 구성해 식물들을 자라게 한다, 그 식물은 과거 우리가 존재했었다는 것의 상징이다. 우리의 몸도 우리가 먹은 나무와 동물 즉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흙에서 왔기 때문에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빙장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늘 골머리만 아픈 '경제적'이라는 말이 이처럼 깔끔하게 와닿기는 처음이었다.
소설가 하성란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