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대 이란 발언이 냉ㆍ온탕을 오가고 있다. 이란의 핵 야욕을 강력히 비난하다가도 이란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 협력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치는 등 전형적인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개입과 강경노선이 뒤섞인 접근법"이라고 보도했다.
클린턴 장관은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 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당사국을 포함한 '빅 텐트' 회의를 제의한다"며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이란도 초청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회의는 유엔 주재로 31일 네덜란드에서 열린다.
클린턴은 브뤼셀로 가는 비행기에서도 "2001년 9ㆍ11 직후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과 알 카에다를 몰아내기 위해 이란과 매일 협의했다"며 과거의 인연을 이례적으로 거론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력관계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2002년 국정연설 때 이란을 '악의 축'으로 거론하면서 끝났다. 이란은 클린턴 장관의 제안에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같은 회의에도 초청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다.
클린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전날 이란 정부에 쏟아낸 강경발언과 대조적이다. 클린턴 장관은 4일 "이란이 테러리즘을 조장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유럽 등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란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테러 단체들에 자금지원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란 정부가 한달째 구금하고 있는 이란계 미국인 여성 언론인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클린턴 장관의 이란 초청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이란으로 통하는 채널을 열 수 있는 아주 가능성 높은 길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아프간 안정과 이란으로의 외교적 접근, 두 가지를 모두 얻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이란에 대한 서곡"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란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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