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향후 10년간의'물 환경정책'방향을 담은 청사진을 제시한 때가 2005년이다. 이 기본계획의 골조는 '2015년까지 우리 하천을 물고기가 헤엄치고 아이들이 멱을 감는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강과 하천은 얼마나 건강하고 아름답게 변모했을까?
적잖은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풍요롭고 건강한 하천이라는 당초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특히, 지난 가을부터 계속된 혹독한 가뭄으로 한 방울의 물조차 흐르지 않는 하천들도 있다. 자연현상 때문이든 우리들의 노력부족 때문이든, 어쨌든 지금의 현실과 계획 목표 사이에는 분명 상당한 거리가 있다.
왜 그럴까. 오랜 가뭄뿐만 아니라 미리미리 물그릇을 준비해두지 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여름 이후 우리나라에는 비다운 비가 내린 적이 없다. 가을부터 내린 비는 전국 평균 158mm로,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늘 있던 태풍이나 집중호우마저 없었다. 때문에 2월 중순 현재, 전국 15개 다목적댐 저수율은 예년의 80%정도인 38.7%에 그치고 있다. 강원산간, 중부이남 등에선 마실 물조차 없는 고장이 많다. 1월 현재 전국 49개 시ㆍ군의 5만5,000세대가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뭄과 제한급수는 올해만의 특별한 기상현상은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가뭄은 매년 반복됐다. 여름철 홍수피해를 입을 만큼의 비가 오지 않은 해에는 거꾸로 가뭄이 들었다. 이는 우리 수자원정책이 기본적으로 하늘의 선택에 의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뭄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근본대책에 대한 고민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연간 평균 강수량은 1,245mm다. 세계평균(880mm) 보다 1.4배나 많다. 문제는 강수량의 계절별, 연도별,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데 있다. 비가 여름철에만 집중되고 그나마 하천경사가 급한 산악지형 때문에 금세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우리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1,240억㎥이나 되지만, 그중 337억㎥(27%)만 이용하고 나머지는 증발(42%, 517억㎥)되거나 바다(31%, 386억㎥)로 흘러 들어간다. 물 부족 국가라기보다는 '물 관리 부족 국가'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수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가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뭄발생 전과 후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가뭄 발생 후에는 물을 아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 사용을 억제토록 계도하거나 댐의 탄력적 운영을 통해 용수공급량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
가뭄발생 이전 혹은 평소에는 연간 강수량의 3/4에 이르는,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물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여름에 내리는 빗물을 가두어 둘 수 있는 물그릇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 물이 부족한 지역과 풍부한 지역을 연계, 용수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물론, 댐 건설에 따른 환경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댐을 건설하되, 환경적 영향이 가장 적은 지점에 친환경 공법을 동원해서 댐을 만들면 인간과 자연의 상생이 가능할 것이다.
댐보다는 지하수나 강변 여과수를 개발해 가뭄에 대비하자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이러한 대체수원 개발은 하천에 물이 흐를 때나 가능한 일이다. 하천에 물이 마르고, 국토 내에 활용할 수 있는 물이 가두어져 있지 않으면 지하수나 강변여과수도 개발할 수 없다. 또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자칫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고갈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뭄이 댐 건설의 핑계가 아닌, 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특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홍기 한국수자원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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