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날들이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로에서 당한 4연패는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3위까지 치솟았던 순위는 공동 6위까지 추락했다. 슈터 이규섭의 기복은 심했고, 이상민은 감기몸살과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서울 삼성. 5일 울산 모비스와의 잠실 홈경기를 앞둔 삼성 벤치에는 비장함 마저 흘렀다.
삼성이 전반을 41-33으로 리드하자 모비스 관계자는 "(삼성이) 죽을 각오를 하고 나왔네"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부담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3쿼터 중반 6분 여 동안 4-18로 모비스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3쿼터를 마치자 스코어는 52-62, 10점차로 뒤집혀 있었다.
5연패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최근 경기에서 되풀이되던 악순환이었다. 4쿼터를 앞두고 삼성 선수들은 수비부터 가다듬기로 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모비스의 팀워크를 깰 수 있는 방법은 끈질긴 수비뿐이었다.
삼성은 58-66, 8점차로 뒤진 4쿼터 2분41초부터 4분32초 동안 모비스의 득점을 원천 봉쇄했다. 그리고 애런 헤인즈의 골밑슛을 시작으로 테렌스 레더의 자유투까지 11점을 연달아 쏟아 부었다.
분위기는 이미 삼성의 것이었다. 모비스의 끈질긴 추격이 이어졌지만 경기 종료 5초를 남기고 터진 헤인즈의 골밑슛은 승리를 확정 짓는 카운터 펀치였다. 79-75 삼성의 승리. 삼성 안준호 감독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주에서는 홈팀 동부가 전주 KCC를 75-65로 꺾고 선두 질주를 이어갔다. 동부는 32승14패로 삼성에 패한 모비스(29승18패)를 3.5경기 차로 멀찍이 따돌렸다. 이날 삼성이 이기고 KCC가 패하면서 안양 KT&G, 창원 LG까지 네 팀이 25승22패로 공동 3위 자리에 자리했다.
3쿼터까지 접전을 이어가던 KCC는 4쿼터 들어 7분30초 동안 단 1점도 올리지 못하고 16점을 연달아 내줬다. 허재 KCC 감독은 주전들을 벤치로 불러들이며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했다. 동부 김주성은 18점(3리바운드)을 올리며 9점 5리바운드에 그친 KCC 하승진에 완승을 거뒀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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