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빌미로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한국국적 민항기의 안전을 위협함에 따라 이날 밤 북한 영공을 통과할 예정이던 미국발 대한항공 화물기가 긴급 회항하고 이후 모든 한국 국적기들이 북한 영공을 우회토록 조치가 취해지는 등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5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과 관련, "군사연습기간 우리 영공과 그 주변, 특히 동해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기구인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과 괴뢰 도당의 무분별한 북침 전쟁연습 책동으로 조선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 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게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같은 위협에 따라 이날 밤 11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미 앵커리지발 대한항공 화물기가 다시 앵커리지로 되돌아 갔다. 또 주무 부서인 국토해양부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즉각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는 노선의 항로를 변경, 북한 영공을 우회토록 했다. 대한항공은 6일 오전 6시 인천공항발 뉴욕행부터,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발 시카고행(6일 오전 6시) 편부터 항로를 변경한다.
이번에 항로를 변경하게 될 항공기 노선은 대한항공의 경우 미 서부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특 등에서 들어오는 주 7~8편이고 아시아나의 경우 미국발 편도 주7편, 사할린 등 러시아 도시간 왕복 주6편 등이다.
국토부 항공안전본부 맹성규 국장은 "북측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발언 이후 올해 초부터 국적항공사들과 우회 항로에 대한 논의를 해 왔었다"며 "6일부터 북한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하는 노선의 항로를 태평양쪽으로 돌아오도록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9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키 리졸브 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으로, 주한미군 1만2,000명과 해외 증원전력 1만4,000명 등 모두 2만6,000여명의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훈련에 참여한다. 한반도 인근 해상에는 이지스함과 핵잠수함 등을 포함한 항공모함 전단이 배치된다.
북한은 그러나 매년 3월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따라서 이날 공개된 조평통 대변인 성명 역시 이러한 위협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남측 민간 항공기 안전 문제까지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북한이 자신들의 엄포를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남북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무수단리 기지에서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 인민군 총참모부와 조평통 성명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선언하고(1월17일, 30일), 비무장지대 내 육상 충돌 가능성을 언급(2월 6일)한 데 이어 이날 동해 상공을 비행하는 민간 항공기까지 위협하고 나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평통 위협과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6일 예정된 유엔군 사령부와 북한군 간의 장성급 회담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자칫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며 대응을 삼갔다.
정상원 기자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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