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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산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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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산 반구대 암각화

입력
2009.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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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기 드문 겨울 가뭄에 걱정들이 많다. 지금 태백 정선 등 식수까지 고갈된 강원 남부지역 주민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몹쓸 가뭄이 어느 곳에선 뜻하지 않는 혜택을 전해주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울산에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다.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상류 깎아지른 절벽에 새겨진 그림이다. 해양동물과 육상동물이 함께 그려진 선사시대의 기록. 세계가 인정한 귀중한 암각화다.

이 암각화는 일년 열두 달 중 8개월가량 물속에 잠겨야 하는 신세다. 암각화가 발견된 건 1971년. 이 일대를 수몰시킨 사연댐이 조성된 지 6년 후의 일이다. 7,000년을 부서지지 않고 견뎌온 암각화가 물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전에 발견됐다면 댐이 지어지지 않았을 텐데. 반구대암각화의 비극이다.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댐을 없애는 게 가장 좋지만 울산 시민의 식수원이라 간단치 않다. 터널을 뚫어 물길을 돌리는 안도 논의됐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인지 실행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이 물 속의 암각화를 긴 가뭄 덕에 아주 가까이서 실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암각화가 있는 하천의 바닥으로 내려섰다. 좁은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7,000년 전의 메시지를 읽어 내린다.

다른 바위에 비해 유독 붉은 빛이 진한 한 개의 바위면. 고래, 호랑이, 사람의 얼굴 등 많은 무늬가 새겨져 있다. 가까이 다가서도 그림들이 아주 선명해 보이진 않는다. 물이끼까지 껴서 선들의 윤곽은 더욱 흐릿하다.

암각화의 그림을 자세히 보기 위해선 암각화 진입로 초입의 '반구대 암각화 전시관'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문을 연 전시관이다.

전시관의 정상태 자문위원으로부터 암각화의 놀라운 가치를 전해 들었다. 암각화엔 고래와 함께 다양한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이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적인 유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58마리의 고래 중 작살을 맞고 있는 고래 그림이다.

정씨는 "멕시코 러시아 북유럽 등지에도 고래 암각화가 발견됐지만 고래잡이를 그린 것은 전 세계에서 이것 하나뿐"이라고 했다. 곧 반구대암각화는 인류 최초의 고래 잡는 그림이다.

작살 맞은 고래 위에 있는 새끼를 업고 가는 고래 그림도 눈여겨 볼 만하다. 아다시피 고래는 숨을 쉬는 포유류다. 어미 고래는 갓난 아기 고래가 숨을 쉴 수 있도록 30초에 한 번씩 물 위로 쳐 올린다고 한다. 이런 광경은 지금도 배 위에서는 쉽게 관찰되지 않는 모습이다. 수중카메라로나 볼 수 있는 광경을 어떻게 보고 그려냈는지 미스터리다.

당시의 고래 관찰력이 대단했다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58개의 고래 그림 중 어느 것 하나 대충 새긴 게 없다. 흰수염고래, 귀신고래, 향고래 등 종류별 고래의 특징을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당시로선 첨단 중의 첨단인 '부구'란 도구를 이용해 잡은 고래를 배로 끌고 오는 모습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씨는 "반구대 암각화 그림은 처음에 고래 그림이 그려지고 이후 다른 동물들이 그 위에 덧그려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도 고래 그림을 훼손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암각화가 그려진 곳은 높이 3m, 길이 10m 정도의 바위 면. 인근의 다른 바위에도 충분이 그림이 그려질 만한데 유독 이 바위에만 그려진 건, 이 바위만이 가진 신성성 때문일 것이라 추측된다.

고래를 많이 잡게 해달라거나 잡은 고래의 혼을 빌어주는 의식으로 그려졌을 고래 그림. 그 그림이 이 곳에 그려져야만 효험이 있다고 믿은 것은 아닐까. 신라인들이 경주의 남산에 유독 불상을 새겨 놓으려 했던 것처럼, 이 바위엔 중요한 상징이 숨어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산책로를 따라 한두 시간 걸으면 또다른 암각화인 국보 제 147호 천진리 각석을 만난다. 반구대 암각화가 실제를 자세히 묘사한 정밀화에 가깝다면 천전리 각석의 그림은 뜻 모를 무늬로 가득한 추상화다. 마름모, 물결, 동심원 등 기하학적 문양이 바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그림이 새겨진 평평한 바위 면은 묘하게도 15도 각도 기울어져 비바람을 피할 수 있다. 각석 아래 부분엔 신라 법흥왕 때 새겨진 명문(銘文)이 있다. 당시 화랑들의 이름이나 직위가 적혀 있어 신라사 연구의 중요 자료로 인정 받고 있다.

천전리 각석은 주변의 빼어난 풍경을 찾아 신라 왕족의 나들이 장소로 애용됐던 곳으로 추정된다. 각석 앞 물을 건너면 큰 걸음을 걷던 공룡의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울산=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울산 외고산 옹기마을 "투박한 숨결 세계에 알려요"

울산 시내에서 부산으로 가다 남창역 못 미쳐 외고산 옹기마을을 만난다. 국내 최대 옹기 생산지다. 이곳에 옹기마을이 형성된 건 1950~60년대. 경북 영덕군을 중심으로 전국의 이름난 옹기쟁이들이 모여들어 점촌을 형성했다. 한때 400여명이 옹기를 빚었지만 지금은 10가구 정도가 남아 옹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전통 방식의 대포굴(일자형 원통 가마)을 이용해 옹기를 빚는 신일성(67)씨는 세 아들과 함께 가업을 잇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 마침 가마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불을 땐 지 8일째. 이제 마지막 불을 지피는 중이다. 신씨는 가마 옆으로 뚫린 창문처럼 난 구멍으로 연신 나무를 넣으며 전통 옹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옹기는 옹기다워야 제대로 된 옹기다. 도자기처럼 자꾸 멋만 부려 변형시키면 옹기 본연의 숙성 기능을 잃게 된다." 거칠고 투박해 보여도 전통 가마에서 구운 전통 모양 그대로의 옹기만이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뭐든 손으로 빚는 재주 하나만 있으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산다"며 함께 일을 돕고 있는 세 아들을 가리켰다. 큰 아들이 일을 배운 지 이제 17년. 신씨는 "이 바닥에서 그 경력은 명함도 못 내민다"고 했다.

대포굴로 옹기를 굽는 과정은 단 한 번의 실수로 가마 안의 모든 옹기를 다 망칠 수가 있다. 불이 너무 세도 문제, 약해도 문제다. 식힐 때도 찬 바람을 너무 일찍 맞게 하면 옹기에 쩍쩍 금이 가고 만다.

가마 불을 지필 때면 새벽 2,3시부터 가마를 떠나지 않는다는 신씨는 "옹기는 온전히 정성으로 빚는 것이고, 죽을 때까지 답을 알 수 없는 대상"이라고 했다.

"전기나 가스 가마에서 하루 만에 구워낸 옹기와 전통 가마에서 7,8일 불 속에 구워낸 옹기의 질은 천양지차다. 쇠가 식혔다 달궜다를 반복하는 담금질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듯, 옹기도 긴 시간 전통 가마의 소성(燒成)을 거쳐야 제대로 숨을 쉬는 옹기가 된다"는 신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옹기마을에선 올해 가을 울산의 옹기문화를 세계에 알릴 옹기 엑스포가 열린다. 마을 곳곳에 옹기 아카데미와 옹기 박물관들을 한창 조성 중이다.

울산=글·사진 이성원기자

■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거닐고… 언양불고기 맛보고

울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한강, 낙동강만큼이나 이름이 알려진 강이다. 80, 90년대 오염에 찌들어 죽음의 강이란 오명을 안고 살았던 강이다. 하지만 이후 강을 살리자는 온 시민의 노력으로 태화강은 기적적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젠 연어 은어가 돌아오는 1,2급수의 깨끗한 강이 됐다.

강변엔 십리대숲이 조성돼 있다. 강을 정화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숲이 아니다. 일제 때 강의 범람을 막고자 조성된, 꽤 긴 시간이 농축된 숲이다. 이 대숲에서 측정한 음이온이 신불산 숲에서 잰 수치보다 높게 나왔다고 한다. 시민들은 가까운 십리대숲을 찾아 머리를 맑게 해주는 음이온을 흠뻑 쐬며 산책을 즐긴다.

최근 태화강엔 대숲을 건너 다니며 즐길 수 있게 '십리대밭교'가 완공됐다. 십리대숲을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태화강 전망대도 함께 문을 열었다.

울산은 언양과 봉계 2곳의 불고기 특구 단지가 있다. 언양에만도 40곳의 불고기 전문 식당이 있다. 그 중 울산 주민들에게서 추천 받은 곳은 25년 전통의 '기왓집'. 참숯 석쇠에 구워낸 잘 양념한 한우 암소 불고기를 언양 미나리와 된장 소스의 아삭이고추를 곁들여 함께 싸먹는다. 참숯의 향과 미나리의 향이 절묘하게 더해져 입 안을 황홀하게 한다. (052)264-4884

울산 시내 울산 시민들이 자주 찾는 집은 4대째 운영하고 있는 비빔밥 전문점 '함양집'(남구 신정3동)이다. 80년을 이어온 손맛과 정성을 맛볼 수 있다.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비빔밥은 혀에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비빔밥 7,000원, 묵채 3,000원, 파전 1만원. (052)275-6947

울산=글·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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