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자신을 상대로 다르푸르 민간인 학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신종 제국주의 음모"라며 반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바시르 대통령은 5일 내각 회의에서 "ICC의 영장발부는 수단의 국가안보를 헤치고 다르푸르의 평화정착 노력을 저해하려는 국제 음모"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수단의 지하자원을 차지하려는 신종 제국주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알리 아흐메드 카르티 외무차관도 "수단이 ICC 설치 근거인 로마정관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ICC는 수단에서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1593호는 로마정관 미가입국들도 ICC의 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신병 인도 조치가 실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수단 정부는 ICC 결정에 앙갚음을 하듯 다르푸르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 10개중 6개에 추방 명령을 내렸다. 알 바시르 대통령은 일단 이달 중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랍 정상회의에 참석, 도움을 요청할 방침이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 등은 다르푸르 평화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단의 평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장 핑 아랍연합(AU) 집행위원장은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이라크나 가자, 콜롬비아, 코카서스 등 다른 지역에서는 책임자 처벌에 대한 어떤 행동도 없었으면서 아프리카에만 국제재판이 추진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자원이 풍부한 수단의 현정부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도 ICC의 체포영장 발부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아프리카연합(AU), 아랍연맹(AL), 비동맹운동(NAM)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경청해야 한다"며 "ICC가 이 사건의 심리를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유럽연합(EU) 등 서구사회는 ICC의 결정에 대해 전세계 인권 탄압자에 대한 심판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U는 성명을 통해 "수단 정부와 모든 관련 단체는 다르푸르 사태를 규명하고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 아래 ICC에 전적으로 협조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누구든 다르푸르에서 만행을 저지른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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