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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아리 없는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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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아리 없는 남북

입력
2009.03.0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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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기본합의서와 그 이후 정상들이 합의한 합의문들이 있지만 1991년 체결된 기본합의서 정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한 달 뒤인 3월26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내내 6ㆍ15선언과 10ㆍ4선언 이행에 관한 언급 없이 기본합의서만 강조했다. 두 선언의 이행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만도 했다. 그로부터 6일 뒤인 4월1일부터 북한은 노동신문 등을 앞세워 '역도'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2007년 대선에서 "반보수 대연합으로 친미반동 세력을 매장해 버려야 한다"고 선동하던 북한이었지만 막상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침묵을 지켰다. 2008년 1월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부 폐지 논란과 정부 고위인사들의 대북 강경발언이 이어지면서 남북관계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통일부 업무보고 발언이 얹히자 북측은 더 이상의 기대를 접은 듯 격렬한 대남 공세로 돌아섰다. 이렇게 뒤틀리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이제 '전면 대결태세 진입' '전쟁의 접경'까지 운위하는 지경이다.

■ 호주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이 언론인터뷰에서 "북한체제가 안정되는 것이 남북대화를 하고 남북이 서로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3ㆍ1절 기념사에서는 "남북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합의사항에는 6ㆍ15와 10ㆍ4선언도 포함된다는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설명이 뒤따랐다. 최근까지도 '남북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며 한 자락을 깔았던 정부가 보다 분명하게 두 선언의 합의사항 존중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 동안 두 선언의 이행을 부정한다고 반발해온 북측에 가장 원하는 답을 들려준 셈이다.

■ 하지만 어긋날 대로 어긋난 남북관계가 이 정도로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측은 "북남관계를 위기로 몰아간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대화광고"라고 일축하고 있다. 9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는 '키 리졸브' 한미연합 군사연습에 대한 북측의 비난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진전된 대북 메시지가 이런 험악한 대결 분위기에 묻히는 것은 안타깝다. 여기에 북측이 미사일 발사까지 기어이 강행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질 것이다. 남북간의 잃어버린 시간은 지난 1년으로 족하다. 더 이상 소모적인 대결을 끝내고 돌파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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