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은 2007년 1월 입장료가 없어져 누구나 무료로 출입할 수 있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사찰이 보지도 않는 문화재 관람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등산만을 목적으로 산에 가는 사람들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법원(의정부 지법)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소요산 자재암의 경우는 국립공원이 아닌 국민관광지 안의 사찰이고, 시와의 약정에 의해 동두천 시민을 제외한 외지인들에게서만 관람료를 받았다. 그렇다 해도 당사자들의 사찰 내 문화재 관람의사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징수한 것은 '통행료'라는 점에서 부당하며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과 사찰 측의 주장도 억지는 아니다. 문화재 보호와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없는 현실에서
대상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이용자 부담원칙에 맞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법적 근거(문화재보호법)도 댈 수 있다. 국립공원이라지만 그곳에 사찰의 사유지가 많다. 그렇다고 출입을 제한하기도 어렵고, 등산객과 문화재 관람자를 구별해 돈을 받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화재관람료 징수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이후 전국 76곳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져왔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재원 타령만 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한때 정치권에서 문화재보호기금 조성방안을 거론했으나 이마저 흐지부지됐다.
지금이라도 등산객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사찰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과 제도 개선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 역시 그런 취지다. 무작정 관람료를 없애라는 말은 아니다.
지난해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보호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도 달라졌다. 그것이 유명 보물에 편중되거나 화려한 생색내기에 머물지 말고 산 속의 크고 작은 문화재에까지 미쳐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즐겁게 등산하고, 사찰도 웃으며 그들을 맞이할 것이다. 중복과 낭비가 심한 전시용 문화축제에 버리는 돈 조금만 아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