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그 동안 "문제없다"고 해명해 온 대법원이 이번만큼은 달랐다.
대법원은 5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관련 이메일이 공개된 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을 책임자로 윤리감사관과 일선 법관 등 10여명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메일 내용을 보면 섣부른 해명은 무의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진상조사가 얼마나 내실 있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직 대법관이 직접 개입됐고, 나아가 이용훈 대법원장도 촛불재판 논의에 참여한 듯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제3의 기관이 아닌 대법원이 진상을 제대로 밝힐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법원은 앞서 보수 성향 판사에게 재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수석부장판사가 촛불집회 관련 즉심 피고인에게 벌금 대신 구류를 선고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했으나, 몇몇에게 전화로 조사한 뒤 "문제 될 것 없다"고 결론 내 부실조사 논란이 일었다.
징계여부도 논란거리다. 법관 징계는 정직ㆍ감봉ㆍ견책(서면경고) 세가지 뿐이다. 이메일 내용을 외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더라도,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어 명백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탄핵의 가능성도 제기되나, 여당이 국회 의석의 다수를 점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법관 탄핵 소추는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맡아 9명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물론 법원 안팎의 여론이 악화돼 법관들의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사태가 발전할 경우 스스로 거취를 정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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