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앞으로 다가온 4ㆍ29 재보선은 큰 선거 없는 올 한해, 민심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유용한 시험대다. 몇 군데 되지는 않지만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여야 내부의 역학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정종복(친이) 대 정수성(친박)의 대결이 예정된 경북 경주는 여당 내 복잡한 역관계의 현주소와 미래를 한꺼번에 보여줄 것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여당 주류(친이)에게 최악의 카드는 정종복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본선에서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게 떨어지는 경우다. 영남에서 당 주류의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친이 내에서 최근 "모험하지 말자. 그냥 친박 후보에게 공천을 주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야당 내 역학관계를 드러내 보여줄 곳은 전주 덕진과 완산갑이다. 두 곳 모두 민주당의 텃밭으로 낙승이 예상되지만 문제는 '어떻게 이기느냐'다.
전주 덕진에서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고, 전주 완산갑에서는 한광옥 고문이 5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른바 개혁공천으로 바람몰이를 일으켜 재보선에서 완승하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구상이 '거물들의 귀환'으로 흔들리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신ㆍ구 주류 간 계파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어 이래 저래 고민이다.
인천 부평을 선거는 수도권 민심 향배를 보여줄 곳이다. 지역구 안에 있는 GM대우자동차 등 제조업체 노동자 표심이 변수다. 어려워진 경기와 어떤 식으로든 함수 관계를 가질 것이다. 지난 총선에선 5,000여표 차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대대로 민주당 강세로 꼽혀온 지역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여당으로선 승리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 한나라당에서 박희태 대표, 김덕룡 전 의원 등 거물급 차출설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다.
민주당은 부평을을 수도권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고 있다. 홍미영 전 의원과 홍영표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거물급을 공천해 완승을 거두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3월중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예정된 울산북구(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와 서울 금천(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이번 재보선 지역에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울산은 민노당이 센 곳이고, 금천은 호남 유권자들이 많아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재보선 대상이 될 경우 한나라당에게는 두 곳 모두 녹록치 않다. 울산 북구에선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를 단일화해 공동전선을 펴기로 했고, 금천에선 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이 오랫동안 바닥을 다져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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