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대기업 노사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노조가 임금을 자진 반납하거나, 사측에 아예 임금인상 결정권을 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영진도 이런 노조 움직임에 대규모 임금 삭감 등으로 화답하며 노사 상생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 현대중공업 "경영진도 임금 반납"
현대중공업 임원들이 올해 임금의 상당 부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경기침체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노조가 최근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해 준 데 따른 화답 차원이다.
최길선 사장은 5일 사내 소식지(인사저널)를 통해 "위기극복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준 노동조합과 사우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 드린다"며 "전 임원은 회사 경영위기 상황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급여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민계식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은 임금 전액을, 부사장(8명)은 50%를, 나머지 전 임원(200여명)은 30%를 각각 반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기업 임원들이 위기극복 차원에서 임금을 반납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이처럼 경영진 전체가 임금의 상당 부분을 반납하기는 처음이다.
최 사장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경제 전반이 매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며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닌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가 전무하고, 기존 수주 물량도 대금지불 연기, 인도 지연 등의 요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본보 2월 23일자 19면 참조)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3년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경영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미리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임원들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매출 20조원)을 기록했고, 한해 선박 제작량이 미리 정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22조8,000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 한화 "잡셰어링 힘 모으자"
한화그룹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임원급여 반납을 통한 인턴사원 채용'캠페인에 여수 공장 노동조합이 적극 나섰다.
한화 여수공장은 직원과 노동조합 여수공장지부는 일자리 나누기 동참 대회를 5일 열고 ▦임금 자진 반납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연장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을 결의했다. 서울 중심, 본사 중심의 일자리 나누기가 지방의 일선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화그룹은 'Great Challenge 2011' 추진에 따른 경비 절감액 중 일부를 이번 잡셰어링 재원에 보태기로 했다.
주종만 여수공장 노조 지부장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간의 협력과 이해가 필수라는 사실에 깊이 공감한다"며 "임금 반납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회사에 현장직 인턴사원을 채용할 것을 적극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화 여수공장은 직원의 급여 반납분과 연장근로시간 단축으로 마련된 재원(총 인건비의 5% 수준)을 더해 현재 여수공장 인원의 5%에 해당하는 30여명을 인턴사원으로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채용한 인원에 대해서는 3~6개월간 인턴사원으로 근무 후 고용안정을 위해 정규직전환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노조의 자발적인 일자리 나누기 동참 선언이 그룹 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며 "그룹의 타 사업장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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