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은 4일 모악리 불갑산에서 공무원과 공공근로자 등 200여 명이 애기단풍나무 500그루를 심는 '제64회 식목일 행사'를 열었다. 법정기념일(4월5일)보다 한달 앞서 치러진 기념식이다.
영광군청 김용태 계장은 "올해는 기온이 더 따뜻해질 전망이라 지난해 3월 말 열었던 나무심기 행사를 올해는 20여 일 앞당겨 치렀다"고 말했다.
'식목일'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늦겨울부터 나무가 생장할 수 있는 기후가 찾아들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나무 심는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봄 가뭄과 함께 평년 이상의 기온이 예상되는 올해는 이런 현상이 한층 두드러진다.
전남 지역은 2월9일부터 나무심기에 돌입한 신안군을 필두로, 도내 지자체 대부분이 3월 중순까지 식목일 기념식을 연다.
전남도청 김재광 조림사업담당관은 "식목일이 제정된 1946년에 비해 전남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2.5도 상승하면서 겨울에도 나무들이 10㎝이상 자라는 상황"이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종가시나무, 먼나무, 후박나무 등 제주도에서만 자라던 난대성 수종들이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도 지난달 26일 사천시를 비롯, 모든 지자체의 식목일 행사가 4월5일보다 앞서 치러진다.
중부 지방도 다르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해보다 하루 앞당겨 이달 28일 강북구 번동 '북서울 꿈의 숲' 조성지에서 식목일 행사를 열고, 경기도 역시 안산 20일, 고양 24일, 화성 25일, 성남ㆍ부천 27일 등 이달 안에 기념식을 치르는 곳이 많다.
산림조합중앙회 경기도지회 관계자는 "따뜻한 기후 때문에 지난해보다 일주일쯤 앞선 6일부터 묘목 시장을 열기로 했다"며 "안성에서 많이 팔리던 배나무가 (그보다 북쪽인) 용인에서 더 잘 팔리는 등 과실수 수요 지역이 북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뭄도 '이른 식목일'을 거들고 있다. 나무가 일찍부터 뿌리를 내리면 4월 전후로 본격화되는 봄 가뭄을 견디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판단이다.
신창섭 경북대 산림학과 교수는 "나무 심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지구 온난화와 봄 가뭄이 나타나는 우리 여건에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면서 "튤립나무 등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뛰어난 수종을 많이 심는 등 온난화 시대에 맞는 조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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