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는 4일 수단 남부 다르푸르 분쟁과 관련해 전쟁범죄와 인권침해 혐의 등으로 청구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002년 ICC 설립 후 현직 대통령이 검거 대상에 오르기는 바시르 대통령이 처음이다.
로런스 블레이런 ICC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바시르는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지휘했고 많은 민간인을 살해하고 몰살, 강간, 고문했으며 강제로 이주시키고 재산을 약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장에 적시된 대량학살 혐의는 특정 집단을 파괴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입증하지 못해 인정 받지 못했다.
바시르 대통령은 2003년 기독교 반군 조직들이 아랍계 정부에 반기를 들자 친정부 민병대인 잔자위드를 동원해 반군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30만 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 10가지 죄목이 적용돼 지난해 7월 ICC에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아르헨티나 인권변호사 출신인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56) ICC 수석검사는 당시 "바시르는 정부군과 민병대 등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조직들을 동원해 최소 3만5,00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으며 이 과정에서 난민 250만명이 발생했고 25만명 이상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바시르가 체포돼 재판을 받게 되면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 받을 것이 확실하지만 영장 발부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전망이다.
수단이 ICC 체결국이 아닌데다 수단정부가 자국 대통령을 체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단 정부는 이날 "다르푸르 인종학살 사건은 존재하지 않고 내전으로 사망한 사람도 1만명을 넘지 않는다"며 "영장 발부는 정치적 결정으로 ICC에 아무 협조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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