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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苦' 쌍둥이 엄마의 2008년 5월 VS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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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苦' 쌍둥이 엄마의 2008년 5월 VS 2009년 2월

입력
2009.03.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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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스티커 사달라, 과자 먹고 싶다’ 조를 때면 막막하죠. 전엔 야단이라도 쳤는데 요즘은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 우린 빚이 너무 많거든.’ 그러고 말아요. 애들이 무슨 죄예요.”

서민가정의 2009년 봄은 잔인하다.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쌍둥이 아들의 재롱에 박수를 치다가도 불과 10개월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과 한도액 턱밑까지 차오른 마이너스 통장을 떠올리면 뒷목이 서늘하다.

냉장고엔 김치와 한두끼 먹을 멸치조림을 제외하면 반찬이랄 것이 없다. 식료품 값이 엄청 올라 반찬준비는 엄두를 못낸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지만 김치만 놓고 먹일 때도 많다. 주에 1,2만원씩 이발이나 목욕비로 남편에게 쥐어주던 용돈도 아예 없애고 남편 야근비로 충당한다.

백정아(38ㆍ서울 양천구 목3동)씨는 지난해 중순 국제 기름값 급등과 환율폭등으로 물가가 치솟던 당시 본지(2008년 6월 7일자)를 통해 물가고에도 알뜰가계를 꾸리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인물. 그러나 꼭 10개월만에 다시 만난 백씨는 “희망이 안 보인다”고 했다.

통계청 통계로도 물가가 7개월만에 올랐으나 생활물가 상승률은 훨씬 가파르다. 빚을 내 생활하는 서민가정에는 치명타. 백씨는 “남편 월급은 오르지않는 데 물가가 치솟으니 감당이 안된다”고 했다.

가장 무서운 건 빚이다. 18평짜리 빌라에 사는 백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전세 만기가 되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20%(1,500만원)나 올리는 바람에 은행대출을 받아야 했다.

가뜩이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부족한 살림비용을 채웠는데 갑작스럽게 은행빚이 늘면서 은행 대출금 상환비로 나가는 돈만 한달에 75만원이 넘는다. 굴지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는 남편의 월급은 240만원 가량. 회사가 2년째 월급을 동결했지만 요즘처럼 실직난이 심할 때는 언감생심 월급 타령은 입에도 못 올린다.

시장보기는 전보다 더 어렵다. 4,000원짜리 사과 한봉지에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7,8알이 들었지만 지금은 5알이 고작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마토는 4알들이 한봉지는 3,000원. 그나마 정상매장이 아닌 대폭 할인가에 파는 반품매대에서 고르고 골라 구입한 값이다.

광열 및 수도비도 엄청나게 뛰었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겨울 내내 보일러 기능을 ‘외출’에 맞춰놓아 실내온도는 19도를 넘지않았고 네 식구가 집안에서도 내복에 겉옷까지 껴입고 생활했다. 방열효과를 위해 창문마다 죄다 문풍지를 붙이고 현관문에도 부직포로 된 방열차단제를 덧대 난방비 절감을 노렸지만 지난달 광열 및 수도비는 15만4,550원. 지난해 5월보다 2배가 넘는 금액이다.

또래보다 말이 늦은 쌍둥이 아들은 언어치료클리닉을 최근 포기했다. 영어유치원은 꿈도 못 꾼다. 싸다는 이유로 교회 부설 유치원에 입학시켰지만 교육비와 6개월치와 재료비를 합치니 73만4,800원.

아무리 줄여도 더 줄일 수 없는 건 아예 끊었다. 지난해 큰 맘 먹고 구입했던 마티즈 자동차는 10월이후 시동을 껐다. 옷이나 인테리어 소품 지출은 제로다. 백씨는 “그래도 살아야지, 생각하다가도 서민 살림살이가 이렇게 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뭐하나 싶으면 막 화가 난다”며 “정치나 정책관련 뉴스는 안본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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