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농업 개혁'을 화두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지 도착 전 특별기내에서 수행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돌아오는 농촌,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업개혁을 해야 한다"며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각료라고 생각하지 말고 농촌개혁운동가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보조금을 없애고 자율적 경쟁력을 살려낸 뉴질랜드와 네덜란드가 (농협개혁의) 대표적 예"라며 "우리는 농촌 고령화 얘기를 자꾸 하는데 (농업을) 선진화, 합리화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농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농업 개혁을 강조한 이 언급은 조만간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대적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농업 지원에 대해 회의적이고, 농촌 자립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이 때문에 양국 정상회담 의제에 농업 부문을 포함시켰는데 귀국하면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 개혁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날 뉴질랜드에 도착하자 마자 오클랜드 식물식품연구소를 찾았다. 농업 선진국인 뉴질랜드를 벤치마킹하자는 취지에서 첫 방문지를 농업 관련 연구소로 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뉴질랜드의 농업 개혁 성과를 높이 평가한 뒤 "한국 농촌은 투자에 비하면 농산물 경쟁력이 썩 높지 않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데이비드 카터 뉴질랜드 농림부 장관 등 현지 관계자들은 "농업개혁과 노동개혁이 동시에 이뤄져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늘어나고 농업인구 연령대도 낮아졌다"며 "현재 우리 농민들은 정부지원금에 의존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 열린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농업 개혁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청정 에너지원을 비롯한 녹색성장 분야 협력 강화 ▦영화산업 협력 확대 ▦초고속 광대역 서비스 응용기술 협력 증진 ▦관광 진흥과 양국 간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 활용을 위한 협력 지속 등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는 한 해만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이번에는 내년까지 나쁠지 알 수 없다"면서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세계가 다 노력해 1, 2년 안에 위기가 끝이 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뉴질랜드의 한국계 골프 선수인 대니 리(한국명 이진명)를 만나 "타이거 우즈 같은 선수가 돼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4일 다음 방문국인 호주로 이동한다.
오클랜드=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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