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위기설은 근거 없다"는 당국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이미 위기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분위기다. 공포가 투매로 이어지는 패닉 양상은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와 거의 다를 바 없다. 당분간 반전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공포를 더욱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천장 뚫린 환율, 저지선이 없다
지난주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고점(장중 1,525원)을 돌파한 이후,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다음 지지선 전망은 의미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시장 거래자들이 공감하는 단기 고점이 없어졌다는 의미. 한 마디로 천장이 뚫렸다는 얘기다.
실제 2일 환율은 1,596원까지 거침없이 올랐다. 표면적인 이유라면 지난주 미국 씨티그룹의 국유화 소식이나 '단기외채가 위험하다'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가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역외시장에서 환율은 주말 사이 급등했다. 하지만 이 역시 첩첩산중으로 쌓인 글로벌 악재의 일부에 불과하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뚜렷한 악재보다는 공포심리가 무조건 달러 확보 행태로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달러 수요는 압도적인 상황이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키코에 물린 업체나 조선사들의 선박수주 취소 우려, 투신권의 해외펀드 환헤지 물량 등 경상수지 흑자 기대 외에는 잠재적인 달러 수요가 절대적인 상황"이라며 "여러 가격변수 가운데 환율은 가장 나중에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은 당국의 개입으로 그나마 급등세를 멈췄다. 당국은 이날 오후 내내 수차례에 걸쳐 5억~7억달러 가량을 내다 팔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의 패닉 양상에 맞서 그나마 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당국 역시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로 공격적으로 나설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환율은 패닉심리가 잦아들 때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성순 차장은 "특별한 지지선이 없어져 1,600원, 1,650원, 1,700원 식으로 단기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다만 패닉심리가 사라지면 일순 급락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 1,000선 다시 무너지나
이날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두번째로 큰 하락폭(44.22포인트ㆍ4.16%)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1,000선은 물론 지난해 최저점(10월27일 946.45) 붕괴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코스피지수가 735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의 '셀 코리아'.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4,164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 15거래일 연속 순매도 규모만도 8조9,835억원에 달한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믿음도 다시 약해지는 분위기다. 올 초 증시가 잠시 강세를 띤 것은 국내 정보기술(IT), 자동차 기업들이 높은 경쟁력으로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며 불황 이후 시장 지배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임정석 NH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지난 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보다 크게 낮아질 정도로 전 세계 소비 침체가 심각한데 과연 국내 기업만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지 의구심이 크다"라며 "IT, 산업재 등 일부 기업의 1분기 실적이 나빠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