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중공업 노조는 3일 과거 상급단체였던 금속노조를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고소했다.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10년 전 안전화를 아직 신고 다니고 있고, 노조가 조합원의 후생복지 등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방 유인물을 뿌린 이유에서다.
#2. GM대우 노사는 3일 퇴직금 중간정산과 체육대회비 지급 등 복지후생 지원을 2010년 7월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 단체협상 자리에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관계자가 배제됐다. 통상 단체협상에 상급단체 파견자가 참석하게 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대기업 노조가 달라지고 있다. 투쟁 일변도의 ‘귀족 노조’로 대변되던 대기업 노조 간부들이 경비절감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장을 맡는가 하면, 해외에서는 마케팅 임원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상급단체와 선을 긋는 노조도 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노조의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새로운 노사문화 형성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변화 바람의 주역은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까지 15년 연속 무쟁의 기록을 세우며 임금협상을 마무리했지만, 그래도 강성 노조의 한 축이었다.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에서 목숨을 담보로 장기 농성을 하던 곳이다. 기계를 다루는 중공업의 특성상 현장 투쟁을 통해 얻는 게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 노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2004년 정치적 강경투쟁에 반대하며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2007년에는 노사상생 공동선언을 한 데 이어 이달 2일 임금인상안을 사측에 일임하기까지 했다. 노사 한 몸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이뿐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5,000여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 결의 대회를 열었다. 최근 대의원 수련회에서 임금인상 위임안을 이끌어 낸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세계적인 위기극복을 위해 서로 내 것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최길선 사장은 “아무리 어려워도 임직원, 노사가 합심한다면 반드시 밝은 내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노조가 고객 확보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코오롱 구미공장 김홍열 노조위원장은 3일 일본 기업(호시노사)을 방문했다. 도요타 자동차에 안전벨트용 원단을 공급하는 세계 3위 기업(호시노사)은 원사 생산 업체인 코오롱의 큰 고객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자사에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에게 정기적으로 감사 편지를 보내는 등 사실상 영업 담당 임원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박사는 “외생변수(경기침체에 따른 위기의식) 때문이지만 노조가 새로운 방향을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노사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상생을 모색한다면 앞으로 경기 회복 국면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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