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국적으로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 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시행 초기부터 반대에 따른 몸살을 앓았고 또 시행 결과 후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일파만파 전국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국가적인 중차대한 사업으로 여길 수 있는, 초ㆍ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국고사가 이렇듯 파행을 맞게 된 데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떠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이러한 파행이 있기까지 우리 언론은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을 사전에 경고하여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하거나 이미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보도할 때 한쪽 면만을 강조하기보다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루어 수용자가 올바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 사회일수록 투명하고 건전한 사회이며, 또 미래가 밝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한 보도에서 우리의 언론들은 어떠했는가? 대체로 교과부의 시험 실시 발표 이후 처음에는 초점을 찬반 양론에 맞추어서 보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실시를 거부한 학생이나 교사들의 행적과 정부 당국의 처리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서 어쩌면 국민들의 관심을 실시 여부에 몰아가는 듯하였다. 평가 실시 이후 그 결과에 대한 보도에서는 임실이라는 시골지역의 성적이 도시지역보다 높게 나왔다면서, 공교육이 사교육을 능가했다는 식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그것은 조작에 의한 결과로 판명됐고, 결국 교과부의 치적 쌓기에 놀아난 꼴이 되었다. 어쩌면 성적 조작은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이었는데, 초기단계부터 너무 안이하게 취재원이 제공하는 대로 보도한 것이 화근이었다.
상위학교 성적을 대조하면서 의심을 품고 심층 취재를 한 일부 언론사 덕분으로 성적 조작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도입단계부터 시시비비가 많았던 문제이기에 오히려 언론은 이번 평가가 왜 필요한지, 아니면 이러한 평가가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을 미리 심도있게 다루어 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언론은 대체로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규명하려는 노력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보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쟁점이 부각될 때 언론사로서 해야 할 역할은 충분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개된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반대의 근거가 무엇인지 살피고, 학생들의 실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보다 좋은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진작시키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성숙한 언론의 책무가 아닐까?
한진만ㆍ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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