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진화했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그렇다. 프로 출범 원년이었던 97시즌엔 고작 38.1%의 승률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지난 시즌엔 5할을 넘기고도 '봄 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10개 구단의 전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증거다.
'봄 잔치'는 10개 구단 모두의 1차 목표이자 지상 과제다. 그러다 보니 시즌 막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각 구단의 코칭스태프와 선수, 프런트의 신경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1승에 웃고 1패에 우는 데 어쩔 도리가 없다.
전쟁이 격렬해지다 보니 벤치의 격한 항의로 인한 테크니컬 파울도 자주 발생한다. 또 이기기 위한 용병술을 구사하다 보니 오히려 4쿼터에 가서 경기를 망치거나, 설령 이기더라도 체력고갈로 다음 경기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잦다. 시즌 막판 의외로 연패를 당하는 팀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조급한 나머지 팀 플레이를 무시한 채 '내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 경기를 그르칠 때가 있다. 벤치나 선수들의 이 같은 행위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탐대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감독은 심판의 휘슬에 덤덤하게 대응해야 한다. 감독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스코어에만 집착한 용병술을 고집한다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선수들에겐 침착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리드를 당하고 있을수록 혼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농구는 개인경기가 아니다.
시즌 막판 여러 팀이 뒤엉켜 6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는 심리적으로 강한 팀이 최후에 웃을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초조하고 힘들기는 상대도 마찬가지다. 나만 초조하고 힘든 게 아니다.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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