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은 세계녹내장협회가 정한 제2회 '세계 녹내장의 날(World Glaucoma Day)'이다. 한국녹내장학회가 2007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충남 금산지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녹내장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40대 이상 남성의 3.8%가 녹내장 환자였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노인성 안과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라 국내에 녹내장 환자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녹내장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상당 수가 알지 못하다가 실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시신경 손상되면 회복 안돼
녹내장은 눈 안의 압력(안압)이 정상(10~20㎜Hg)보다 높아져 눈이 단단해지면서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돼 나중에는 시력을 잃을 수도 있게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우리나라 실명의 원인 3위 이내에 들 정도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되지 않으므로 조기 진단해 시신경 손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환자 상당수는 녹내장을 앓아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녹내장이 4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2% 정도 나타날 정도로 흔하므로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눈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고도 근시나 원시, 비만,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좀 더 일찍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조기에 진단해 평생동안 치료한다면 실명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녹내장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물이나 커피, 차 등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안압을 높일 수 있다. 또 어두운 곳에서 TV를 시청하거나 독서하는 따위의 행동은 '폐쇄각녹내장'환자의 안구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녹내장 증상은 감정의 동요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흥분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한다. 또 추운 겨울이나 무더운 여름에 증세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녹내장 환자 3명 중 1명은 자각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불빛 주위에 녹색이나 붉은 색의 원이 보이거나 시야가 좁아지고, 안구에 손을 댔을 때 전보다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눈에 통증이 오고 흐리게 보이거나 구역질과 구토, 어깨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 해당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녹내장은 안압과 시신경 상태, 전방각 검사, 시야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안압이 정상 범위라고 해도 시신경과 시야 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정상 안압 녹내장으로 진단하고, 반대로 안압이 높더라도 시신경과 시야 검사가 정상이면 치료하지 않고 주기적인 검사만 한다.
급성 녹내장은 심한 안통과 두통, 구토 등을 동반하며 통증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뇌질환이나 위장질환으로 잘못 알고 내과치료를 하다 치료시기를 놓쳐 시력을 잃기도 한다.
녹내장은 '완치'를 기대하기보다 꾸준히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명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약물치료가 효과적
녹내장 치료법으로는 크게 약물, 레이저, 수술 등을 꼽을 수 있다. 1차 치료는 약물인데 대표적으로 MSD의 '코솝'(베타차단제와 탄산탈수효소억제제의 복합제), '티모프틱'(베타차단제), 화이자의 '잘라탄'(프로스타글란딘 제제), 삼일제약의 '알파간'(교감신경계작용제) 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은 코솝이다. 코솝은 안압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부가적으로 눈에서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약물을 실온 보관하므로 보관이 쉽다. 코솝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약은 화이자의 잘라탄이다. 잘라탄은 프로스타글란딘 유도체로 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1일 1회 요법으로 투약이 쉬우나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레이저 치료와 수술요법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할 경우 성공적이라면 추가적인 약물 투여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일시적이나 장기적으로 시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 도움말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성공제 교수,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찬윤 교수, 서울아산병원 안과 국문석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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