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중앙지법 수뇌부가 촛불집회 관련 재판에서 형사 단독 판사들에게 사건을 편파적으로 배당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일선 판사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울산지법 민사2단독 송승용 판사는 3일 법원 내부전산망 게시판에 '사법부를 흔드는 두 가지 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송 판사는 이 글에서 "의혹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한다면 수석부장판사의 독자적 판단인지 법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배들이 행한 부끄러운 일을 우리가 미련하게 답습하고 후배들에게 유산처럼 남겨줄 수는 없다"며 "사태의 원인은 법관의 계층적 서열구조와 승진제도, 이에 따른 법관의 관료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에 영향을 주려는 언론 역시 사법부를 흔드는 손"이라며 비판했다.
촛불 재판 압력 의혹과 관련한 일선 판사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가, 27일에는 서울동부지법 이정렬 판사가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
법원 수뇌부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연일 이어지면서 자칫 이번 사건이 '연판장' 수준의 강도 높은 집단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소장 판사들은 이번 사태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난 법원 수뇌부의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세 명의 판사들이 자신들의 개인적 의견을 전달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소장 판사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아직까지는 판사들 사이에 집단적 움직임이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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