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직후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 전남 벌교 일대의 빨치산 활동을 소재로 한국 현대사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정면으로 조명한 조정래(66)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이 200쇄를 돌파했다. 태백산맥>
한국의 문학작품이 200쇄를 넘긴 것은 조세희(67)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에 이어 <태백산맥> 이 두번째, 단행본이 아닌 다권본(多卷本) 중에서는 최초의 200쇄 돌파다. 태백산맥> 난장이가>
1983년 9월부터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된 <태백산맥> 은 1986년부터 월간 '한국문학'으로 옮겨 1989년 11월 연재를 마쳤고 한길사에서 10권으로 출간됐고, 1995년 출판사를 해냄으로 옮겼다. 200쇄 발행은 완간 이후 20년 만이고, 100쇄 인쇄(1997년) 이후 12년 만이다. 태백산맥>
200쇄 출간까지 곡절도 많았다. 빨치산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연재 당시부터 이적성 논란에 휩싸였다. 1994년 작가 조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05년에야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다.
2008년 11월에는 작품 무대인 벌교에 '태백산맥문학관'이 세워졌다. 프랑스어와 일본어로 번역됐으며, 현재 영어와 중국어 번역이 진행중이다.
<태백산맥> 200쇄 출간을 기념해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씨는 그간의 소회와 남북문제에 관한 전망, 향후 집필 계획 등을 밝혔다. 태백산맥>
그는 "1983년 연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작품이 이런 엄청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 작품 때문에 법정에 설 뻔도 하고, 감옥에도 갈 뻔했지만 오로지 독자들 덕택에 무사히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조씨는 "민족의 숙원이자 비원인 통일 문제에 대해 문학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집필 당시를 회고했다. 최근의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 한 민족 두 국가인 남북 사이에 맺은 조약이 (남쪽 정부에 의해) 부정됨으로써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며 "국가 사이의 조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북한도 이성을 찾아야 한다"고 남북 양측의 화해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또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태백산맥문학관'이 지어지는 등 사회적으로 큰 혜택을 받은 작가로서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태백산맥> 의 판매 부수를 고려하면, 지난 20년 간 조씨가 벌어들인 인세 수입은 50억원대로 추산된다. 태백산맥>
작품의 수정ㆍ보완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그는 "<태백산맥> 을 끝내고 다시 읽었을 때, 글을 쓸 당시의 고통과 지겨움이 떠올랐고, 2년 동안 상실감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회고하며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해도 이 작품에는 당시의 진정성이 있는 만큼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태백산맥>
차기 작품과 관련해서 조씨는 7~8가지 정도의 주제를 구상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장편소설을 한 편 쓴 뒤 앞으로 10년 동안 2년 반에서 3년 간격으로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씨의 문단 후배이자 한국일보 기자로 조씨를 취재했던 소설가 김훈(61)씨, 한기호(51)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등이 참석해 <태백산맥> 과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태백산맥>
김씨는 조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검찰에 출두할 때 담당 검사실 문 앞까지 취재차 동행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 조 선생님이 검찰에 들고 갔던 1950~60년대의 신문, 브루스 커밍스의 저서 등 소명자료 보따리를 보면서 (검찰이) 이적표현물로 몰고 가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안도했다"며 "그러나 대표적 작가가 검찰에 끌려가는 일에 대해서 이 사회가 쥐 죽은 듯 침묵하는 것을 보며 비애를 느꼈다"고 돌이켰다.
한 소장은 <태백산맥> 을 통해 딸과 연대감을 회복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아버지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해 막내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태백산맥> 을 다 읽은 딸이 '인간이 이렇게 가난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아빠를 이해해줬다"며 " <태백산맥> 은 아이와 나를 소통하게 만들어준 너무나 소중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태백산맥> 태백산맥> 태백산맥>
■ 택백산맥 총 1300만부 판매… 인세만 100억
조정래씨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이 200쇄를 돌파하면서 모두 1,300만부의 책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된다. 태백산맥>
'쇄(刷)'란 한 번 인쇄한 책이 서점에서 다 팔려 인쇄기를 다시 돌려 새로 찍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소설의 경우 통상 한 쇄에 3,000~1만부 가량을 찍는다. 전10권인 <태백산맥> ?1권이 이번에 200쇄를 찍었고, 2권 163쇄, 3권 151쇄를 찍는 등 통산 1,376쇄가 제작됐다. 태백산맥>
조씨는 <태백산맥> 이외에도 1996년 완간한 <아리랑> (전12권), 2001년 완간한 <한강> (전10권) 등 3편의 대하소설을 출간했는데 <아리랑> 도 2007년 100쇄를 돌파했고 <한강> 도 70쇄 가까이 나왔다. 한강> 아리랑> 한강> 아리랑> 태백산맥>
판매부수로 계산하면 <태백산맥> 700만 부, <아리랑> 이 340만 부, <한강> 이 230만 부 가량으로 여기에 집계되지 않은 양장본, 세트본 판매 부수까지 더할 경우 총 1,300만 부를 넘어선다. 세 작품을 통한 작가의 인세 수익은 100억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 아리랑> 태백산맥>
국내 본격문학 작품으로 <태백산맥> 이외에 200쇄를 돌파한 책은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유일한데, 1978년 첫 출간된 이 소설집은 27년 만인 2005년 200쇄를 넘었다. 난장이가> 태백산맥>
100쇄를 넘은 작품으로는 <아리랑> 을 비롯, 최인훈씨의 <광장> ,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안도현씨의 <연어> , 고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과 <낮은 데로 임하소서> 등이 있다. 낮은> 당신들의> 연어> 우리들의> 광장> 아리랑>
단일 작가가 100쇄 이상 발행된 문학작품을 두 작품 이상 갖고 있는 경우는 조정래, 이청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한편 판매량으로 국내 문학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1988년 초판이 나온 이문열씨의 평역 <삼국지> (전10권)로 현재 139쇄, 1,700만부를 넘기는 독보적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삼국지>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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