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56)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주변을 직접 압박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 이어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노 전 대통령의 거주지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개발을 위해 강 회장이 설립한 ㈜봉하도 수사 대상이 됐다.
대전지검 특수부(부장 이경훈)는 3일 강 회장이 ㈜봉하에 70억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강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에서 횡령 등의 형태로 불법적으로 유입된 것이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
강 회장은 2007년 9월 50억원을 들여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창신섬유 바로 옆에 ㈜봉하를 설립했고, 지난해 12월 회사를 봉하마을로 옮기면서 20억원을 더 투자했다.
검찰은 강 회장 및 가족 명의의 계좌, 회사 회계장부 등을 분석한 결과,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 자금 약 100억원 가량의 회계 처리가 불명확하다고 보고 ㈜봉하 투자자금이 이와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 회장은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농촌 살리기 사업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과거에 검찰 수사 등을 받으면서 비용이 많이 들어 회사에 80억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됐는데, 골프장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 40억원 가량과 개인 소유 토지를 회사에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를 합쳐 다시 회사 빚을 갚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300개 골프장 중 두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데도 검찰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강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하지만 여 전 행정관이 돈을 받은 시점이 행정관을 그만 둔 이후인 2004~2005년인 것으로 알려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돈을 받았지만, 단순 증여나 대여로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회장은 "행정관에서 물러난 뒤 사정이 어려운 것 같아서 빌려줬을 뿐"이라며 "정치인에게 돈을 준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안 최고위원도 "추징금 등을 납부하기 위해 빌린 자금"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강 회장을 조사한 뒤 안 최고위원과 여 전 행정관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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