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 5팀. 2일 오전 수사본부 사무실엔 너댓 명의 팀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형사에게 수사 진전 상황을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아 50여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차린 지 사흘이 지났건만 그는 자기가 수사본부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대규모 수사팀을 꾸렸던 지난달 27일의 긴박함은 어디 가고 수사본부 분위기는 한가롭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폭행 용의자 이정이씨를 구속했고, 현장에 함께 있던 이들에겐 조사 받으러 오라고 통보했다. 사건 관련자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끝난 셈이다.
이씨 검거를 방해했던 20여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현장 촬영으로 단서를 확보해둔 만큼 50명씩이나 매달릴 일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본부에 형사, 수사, 정보과가 망라됐지만, 실제론 형사과 3개팀이 수사를 맡고 있다”며 ‘허수(虛數)’임을 시인했다.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면 형사과마저도 30명 전원이 수사에 투입됐는지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경찰은 “수사본부를 해체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에 대한 불만을 폭력으로 표출했다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도, 전 의원의 부상 정도나 수사 진행 상황을 살펴볼 때 허울에 가까운 수사팀 규모를 유지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혹시 집권당 소속의 지역구(영등포갑) 의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경찰이 과잉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피해자 진술에 의존해 물증도 없이 현장에 있던 4명에게 덜컥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일만으로도 경찰 수사를 보는 시선은 이미 곱지 않다.
이훈성 사회부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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