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 업체들의 가입자 유치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신규 개통이나 번호 이동시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공짜폰'이 최근 다시 등장했다. 작년 초 기승을 부리다 주춤해진지 1년여만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대리점 등에서 20만~60만원대인 삼성전자의 'W460' 'W320' 'W390', LG전자의 'SC330' 등 10여종의 휴대폰을 2년 약정 가입자들에게 무료 제공하고 있다. KTF도 30만~40만원대 휴대폰인 삼성전자 'W2900' 'W3300'와 KTFT 'EV-W270', 팬택계열 'IM-S330K' 등 4종 이상을 2년 약정 가입자들에게 공짜폰으로 주고 있다.
공짜폰 왜?
공짜폰이 다시 나타난 이유는 전적으로 이통사들의 마케팅 경쟁 때문이다. 원래 이통사들은 연초가 되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마케팅 총력전을 펼친다. 그래야 2년 약정 같은 장기가입자들을 대거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KT-KTF 합병도 공짜폰 등장에 한몫 했다. SK텔레콤의 경우 KT-KTF 합병 이전 무선통신 시장에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반면 KTF는 합병 후 결합상품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에서 공짜폰 종류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가
공짜폰이 성립하는 까닭은 이통사들이 일선 대리점에 소위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4일에 조정한 휴대폰 출고가격표에 따르면 대리점이 35만원대인 'W390'을 2년 약정 신규 가입자에게 공짜폰으로 제공하더라도, 7만원을 남길 수 있다. 제품가격을 웃도는 리베이트를 받기 때문이다.
KTF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조정한 이 회사의 휴대폰 출고가격표에 따르면 대리점이 35만원대인 'W2900'을 2년 약정 신규 가입자에게 공짜폰으로 제공할 경우에도, 리베이트 덕분에 5만원을 챙길 수 있다.
반면 LG텔레콤은 자금여력이 넉넉치 못한 탓에, 공짜폰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유형의 공짜폰
최근엔 특정 이통사 가입자에게만 번호이동시 공짜폰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리베이트도 등장했다. 예컨대 SK텔레콤은 LG텔레콤 가입자만을 상대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S530' 'W270' 'LG-SH460' 등 별도 공짜폰을 주고 있다.
심지어 휴대폰 쇼핑몰인 A사는 LG텔레콤 가입자를 겨냥해 4종의 공짜폰을 제공하는 'LG텔레콤사용자를 위한 SK텔레콤 번호이동 무료행사'라는 특별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시장을 마케팅 과열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텔레콤은 지난달 2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SK텔레콤의 가입자 차별행위를 지적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의 차별화된 리베이트로 KTF 가입자들이 번호 이동시 LG텔레콤 가입자보다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도 이런 공짜폰 경쟁이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다. 따져보면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한 공짜폰은 그만큼 기존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 가리고 아웅'식의 공짜폰 보다는 장기 가입자에 대한 추가적 요금할인과 전반적 통신료 인하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도 "공짜폰은 기존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다양한 혜택이 일부 가입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라며 "솔직히 업계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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