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키히토(明仁) 천황 부부가 7월께 비공식으로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진주만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교도(共同)통신이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1일 보도했다. 실현되면 아시아태평양전쟁 이후 일본 천황의 첫 진주만 방문이 된다.
이 통신에 따르면 천황 부부는 올 여름 예정된 캐나다 공식 방문 후 귀국 길에 진주만에 들를 계획으로 미일 정부가 일정을 조정 중이다.
진주만은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미 태평양함대 기습 공격으로 미국이 제2차 대전에 본격으로 참전하는 계기가 된 곳이지만 전후 일본 천황은 물론 총리도 현직에서는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다.
앞서 일본 천황은 1994년 6월 하와이 방문 때 진주만을 들를 계획을 세운 적이 있지만 "천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 때문에 포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관방장관 시절 일본군의 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이 이곳을 찾아 국립태평양기념묘지, 애리조나 기념관에 헌화했었다.
진주만에는 옛 일본군의 공격으로 침몰한 미 군함 애리조나 기념관을 비롯해 1945년 9월 도쿄(東京)만 함상에서 일본의 항복문서 조인식이 열린 전함 미주리호도 남아 있다. 천황의 방문이 실현되면 전후 청산과 화해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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