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접하기 힘든 체코의 현대미술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랜 예술적 전통을 지닌 체코는 공산주의 체제 붕괴 등 급속한 사회변화를 겪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서울대미술관과 주한 체코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는 전시는 체코가 올해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은 것을 기념해 기획된 것으로, 동구권 국가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미술상인 체코의 인드르지흐 할루페츠키상 수상 작가 9명의 작품 15점을 모았다.
만 35세 이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매년 수여되는 이 상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직후인 1990년 반체제 극작가 출신으로 후에 대통령이 된 바츨라프 하벨 등이 뜻을 모아 제정한 것으로, 이름은 명망있는 미술비평가이자 철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전시를 기획한 체코 큐레이터 이르지 프타체크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수상자들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동시대적 요소를 부각시키고 체코 미술의 독특한 특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현실을 시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경향은 체코 예술의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할루페츠키상 수상자들의 작품 역시 이런 전통을 잇고 있다.
관찰자의 시점으로 일상 생활 속 감정과 행동의 미묘한 모습들을 바라보고, 여기에서 새롭고 독특한 의미를 찾아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비드 체르니의 설치작품 '매달린 사람'은 아찔한 봉 끝에 양복 차림의 남자를 매달았다. 보기만 해도 위태롭지만 정작 남자의 한 쪽 손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다.
여유와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작품이다. 에바 코탸트코바의 '학교까지 걷기'는 일상적 사물들로 만든 설치작품이며, 얀 만추시카의 '내가 걷는 동안'은 고무밴드에 상념 섞인 문구를 새겨 하얀 벽에 둘렀다.
이밖에 1970~80년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있었던 다섯 작가의 퍼포먼스를 새롭게 구성한 바르보라 클리모바의 비디오설치작 '대체-브르노-2006', 미할 페초우체크의 비디오설치 '어린이방' 등이 전시된다. 5월 24일까지. 관람료 2,000~3,000원. (02)880-9504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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