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요? 이 작품 맡기 전에야 큰 관심 없었죠."
아무리 '실미도'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했고 '올드보이'로는 주요 영화제에서 음악상까지 받았다지만, 처음 작곡에 도전한 뮤지컬의 개막을 앞둔 사람이 이런 대답이라니. 3월 17일부터 4월 1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의 작곡과 편곡, 음악감독을 맡은 이지수(28)씨는 평소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묻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캣츠' 같은 유명 라이선스 작품을 몇 편 본 정도"라고 답했다.
그래서 예원중, 서울예고, 서울대 작곡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TV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의 피아노 연주를 대역한 것을 계기로 방송과 인연을 맺은 후 성공적으로 영화ㆍ드라마 음악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 그에게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과연 뮤지컬에서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뮤지컬 작곡을 제안 받은 2년 전부터는 열심히 보기 시작했죠, 공부 차원에서. '스위니 토드' '오페라의 유령' '컴퍼니' 등을 재미있게 봤고요. 막연히 생각했던 뮤지컬 음악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이 젊은 예술가의 '이른 성공'의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잘하고 좋아하는 작곡 일이 직업이 됐다"는 그는 영화도, 뮤지컬도 '공부 차원에서' 본다. 그리고 그는 이 과정마저도 "100% 즐긴다"는 일 중독자로, 다른 취미는 없다고 했다.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다 여유가 생기면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물론 그간 배경음악만 만들었던 터라 처음 보컬곡을 쓰면서 어떻게 해야 가사가 더 잘 전달될지, 대사 중 음악이 나가고 들어오는 지점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뮤지컬을 통해 이런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돼 요즘 정말 행복해요."
피아노 연주가 취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자연스레 12살 때부터 품은 장래 희망은 '베토벤 같은 클래식 작곡가가 되는 것'. 영화나 드라마 음악, 뮤지컬 작곡은 언젠가 경험하고 싶었던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그간 해온 영화음악뿐 아니라 이번 뮤지컬 작곡이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다. 이번 뮤지컬에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클래식한 선율을 담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핀란드 소설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은 자살을 원하던 이들이 삶에 대한 욕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풍자와 냉소로 그린다.
"미국의 클래식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뮤지컬 음악을 작곡했듯 제가 뮤지컬에 뛰어든 것도 범위를 넓히는 일일 뿐, 음악은 다 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베토벤도 이 시대를 살았으면 모든 장르를 섭렵했겠죠?" 공연 문의 (02)514-5606
김소연기자
사진 김주영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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