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건전성 관리라는 빡빡한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부국장이 도시생활의 애환을 노래한 시집을 펴내 화제다.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 건전경영팀장인 양현근(49) 부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밀려온 금융위기의 파도에 맞서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양해각서(MOU) 체결과 시중은행 자본확충 등 굵직한 현안의 실무를 챙긴 숨은 주역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양 부국장은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이처럼 불철주야 뛰는 와중에도 창작 활동을 이어가 이번에 세번째 시집인 '길은 그리운 쪽으로 눕는다'를 출간했다.
그는 시 '헐렁한 저녁'에서 "넥타이를 푼다/ 빠르고 빽빽하게 조여졌던 하루가 풀려난다/ 앞단추도 몇 개 연다/ 단정하게 채워졌던 긴장이 느슨해진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시는 전쟁 같은 은행감독업무를 수행하는 양 부국장에게 일종의 안식처가 돼 주었다.
1978년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한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선대 경영학과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99년에 출범한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에서 검사총괄국, 은행검사1국, 은행감독국 등을 거쳤다.
98년 창조문학 신인상과 문학세계의 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양 부국장은 2001년 첫 시집인 '수채화로 사는 날', 2003년에는 두 번째 시집 '안부가 그리운 날'을 펴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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