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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 100년 사업 공동추진위 공동대표 이석태 "과거사, 이젠 시민의 틀로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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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 100년 사업 공동추진위 공동대표 이석태 "과거사, 이젠 시민의 틀로 성찰해야"

입력
2009.03.0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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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庚戌國恥) 100년을 기억하기 위한 시민ㆍ사회단체 연대기구 '진실과 미래, 국치 100년 사업 공동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출범했다.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27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업위는 발기인대회에서 '식민지 과거사 청산뿐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위한 국제적 흐름 형성'을 활동 목표로 밝혔다. 사업위 공동대표인 이석태(56)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27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과거사 정리가 어느 정도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과거사 청산은 주로 피해자 구제와 보상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과거사가 가해자-피해자 차원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또 일제 시대에 한정된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어요. 국치 100년을 맞아 이제 '시민의 틀'을 통해 과거사를 통시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이 시작돼야 합니다. 학자와 법률가가 포함된 전문가 그룹의 뒷받침도 필요하겠지요."

이 대표는 국치 100년을 기억하자는 움직임의 핵심을 '성찰'로 규정했다. 사업위의 활동에는 물론 식민지 범죄에 대한 진실 규명과 일본의 사죄, 배상과 보상 문제 등 과거사 청산 작업이 포함된다. 이 대표는 그러나 '청산'이라는 개념에 내포된 배타성과 뒤따르게 될 보ㆍ혁 갈등을 경계했다.

"청산이란 원래 빚을 진 쪽(가해자)과 받을 쪽(피해자)이 서로 깨끗하게 빚을 정리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청산은, 청산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보존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가해자 쪽에는 손을 대보지도 못하고 분열과 대립만 초래했죠. 쓸데없는 갈등을 되풀이하기보다 식민지 지배라는 과거의 현재적ㆍ미래적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는 상처에 대한 해법을 구해야 합니다. 그게 시민사회가 국치 100년을 기억해야 하는 진짜 이유일 겁니다."

이 대표는 국치일(1910년 8월 29일)이 100년을 맞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기존에 진행 중이던 과거사 정리 작업의 추진력이 약화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에둘러 옹호하는 시각이 교과서에까지 침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방 후 역대 정부의 정체성과 과거사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는 것도 사업위의 활동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술국치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일본에서 더 뜨겁습니다. NHK는 5, 6년 전부터 8월이면 한일병합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습니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조명 움직임도 이미 조직화돼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임시정부의 법통을 애써 외면하는 데서 보듯, 과거를 그냥 덮어두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여전히 정치와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국은 아직 식민의 유산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업위는 2010년 8월 '식민지 과거 청산과 미래를 여는 동아시아 시민선언대회'를 여는 등 국치 100년의 기억을 아시아 평화를 모색하는 의미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국제연대기구의 창설도 준비 중이다.

또 각종 학술,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관부연락선의 기항지인 시모노세키에 재일 한국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인다. 이 대표는 이를 추진하는 사업위는 '열린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멀게는 16세기 두 번의 침략 역사가 경술국치로 반복된 까닭부터, 최근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며 빚어진 문제들까지, 연구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각종 캠페인과 교육ㆍ문화 행사 등을 담당할 활동가들도 필요하고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국치를 기억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경술국치를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면, 정부에도 문은 열려 있습니다. 다만 사업의 주체는 '시민'이며, 그 본질이 '성찰'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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