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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후를 로봇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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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후를 로봇과 함께?

입력
2009.03.0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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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2050년 정도까지 살아 있다면 80세가 넘은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아침을 먹으면서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여보, 이번에 새로 집안일 로봇을 사야 할 텐데 어느 회사 제품으로 하는 게 좋겠소?" "그러게요. xx회사 제품은 청소는 잘 하는데, 음식을 맛나게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반대로 oo회사 제품은 음식은 좀 하는데, 빨래를 잘못한데요." 이 때쯤이면 TV에는 "명절을 맞아 고향의 어머님께 집안일 로봇을 보내 드리세요"라는 광고가 나올지 모른다.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미래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들을 보면 로봇들이 인간 생활을 하나하나 챙겨주는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공상과학 영화들에서는 인간을 위해 일하던 로봇들이 어느 날 반란을 일으켜서 인간을 지배하는 경우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로봇이 밥도 해 주고, 빨래와 청소도 해 주고, 저녁에는 안마도 해 주는 그런 세상이 올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2050년에도 아직 나는 건강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시황이 그렇게도 찾던 불로불사의 약이 발명되어서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날 뿐 아니라 나이가 들더라도 노화가 느려져서 젊은이와 같이 일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집안일 로봇이나 불로불사의 약과 같은 미래에 대한 상상은 단순히 즐거운 기분으로 여유 있게 생각해볼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세계적인 불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이지만, 이런 현재의 경제 문제는 한두 해만 고생하면 그 다음에는 나아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많은 전문가들이 아직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출산과 수명의 연장에 따른 인구 고령화 문제이다.

위에서 상상해본 것처럼 뛰어난 로봇들이 만들어져서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해 준다든지, 생체의학 기술의 발달로 노인들이 젊은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지 않는다면 고령화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집안일 로봇이나 젊음을 유지시키는 묘약이 발명되더라도 값이 저렴하지 않으면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미 고령화가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노인들을 위한 간호시설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 업무가 과다해지자 젊은 층이 간호요원이 되기를 더욱 꺼리는 현상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간호요원들의 대우를 개선해 주자니 노인들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노인들이 구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생산력이 높은 젊은 층이 사회에 부족하면 연금 지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보유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재산가격도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구매력은 떨어지게 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대책이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 같은 미래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이민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다. 문화적 갈등과 범죄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해외 인력 충원에 따라 국내 임금이 내려가는 데 대한 반발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 이민 등 해법 찾아야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외국인 이민 수용으로 고령화의 해법을 찾는 것이 과연 옳은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로 여길지 모르지만, 30~40년 후에는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 피할 수 없는 미래의 과제를 마냥 미룰 게 아니라, 이민 수용 정책 등과 연계하여 본격적인 사회적 토론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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