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운전사도 중상해 사고를 낸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다. 대검이 마련한 지침을 위주로 이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Q: 중상해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A: 법원은 판례에서 ▦길이 2.5㎝, 깊이 0.56㎝의 콧등 절단 상처 ▦실명(한쪽 눈만 실명일 경우 포함) ▦혀 1.5㎝ 절단으로 발음장애 등을 각각 중상해로 인정했다. 전치 3주의 흉부 자상과 전치 1~2개월이 다리 골절, 치아 2개 탈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Q: 중상해 여부는 의사 진단서가 가장 큰 기준이 되나.
A: 의사는 상해에 대한 사실관계만 제시할 뿐, 1차 판단은 경찰이 검사지휘를 받아 노동상실률, 사회통념 등을 종합해서 내리게 된다. 특히 진단서에서 전치 몇 주와 같은 치료기간은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단순 골절도 치료가 오래 걸릴 수 있어 치료기간은 참고 자료일 뿐이다. 판단이 어려우면 각 검찰청의 전문수사자문위원 제도 및 공소심의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Q: 보험사기 풍조 속에서 의사 진단서를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A: 진단서 위조 등이 밝혀지면 해당 의사를 처벌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진단서를 믿을 수 없다'는 전제로 접근하면 중상해 판단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게 된다.
Q: 헌재가 위헌을 선고한 2월26일 오후 2시36분부터 적용되는데, 그 즈음 시각이 명확치 않은 사고는 어떻게 되는가.
A: 대부분 폐쇄회로(CC)TV가 있어 명확한 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경찰도 발생시점을 분 단위로 기록하고 있다. 대검은 "정확히 오후 2시36분 23초에 선고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초 단위는 빼기로 했고, 평일 오후라 사고도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Q: 직업에 따라 중상해 적용기준이 달라질 수 있나.
A: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가 교통사고로 손가락이 잘렸다면 일반인보다 큰 피해를 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민사소송을 통한 배상금으로 풀어야지 형사적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형사처벌에서는 직업 등 개인의 특성에 따라 중상해의 기준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Q: 사고 당시에는 경상이었다가 시간이 흐른 뒤 중상해로 악화된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나.
A: 중상해가 될 가능성이 높으면 핵심 사항이 확인될 때까지 사건 처리를 미루는 '시한부 기소중지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또 처음에는 단순 상해로 판단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끝났다고 해도, 다시 고소를 하면 재수사를 통해 중상해 여부를 판단해서 기소할 수 있다.
Q: 법규 위반을 하지 않아도 중상해 피해를 냈다는 이유로 구속될 수 있나.
A: 그럴 수 있다. 만약 어린아이에게 평생 전신마비 등의 피해를 안겼다면 오히려 사망 피해보다 무겁게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Q: 기소된다면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
A: 이미 기소해왔던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경우, 징역 1년6개월 등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고 벌금형이 선고되기도 하는 등 편차가 크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고 한밤중에 도로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해 치어서 숨지게 한 경우 99% 사망자의 잘못이기 때문에 벌금형이 선고된 적이 있다. 중상해 사고도 마찬가지로 형량 차이가 클 것이다. 다만 사망 사고는 피해자와의 합의와 상관없이 기소가 되지만, 중상해 교통사고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기소가 되지 않는다.
Q: 합의를 조건으로 피해자측에서 과다한 돈을 요구할 때 구제 방법은.
A: 재판 중에도 합의가 되면 공소기각이 되기 때문에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과다한 요구를 들어 줄 필요는 없다. 특히 이 경우 법원의 공탁 제도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법원에 공탁금을 내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사표시가 돼 형량에 참작이 된다. 공탁금은 사망의 경우 1,000만~2,000만원, 상해는 치료 기간 1주일 당 50만~100만원 정도다. 공탁금은 재판이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다.
Q: 27일 검찰이 밝힌 지침이 변경될 가능성은
A: 검찰의 지침은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법무부는 빠른 시일 안에 관련법을 개정할 예정인데, 그 내용에 따라 향후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지침은 헌재 위헌 취지와 판례 등을 감안해 만든 만큼 큰 줄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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