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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女검사 51% 시대/ 女검사 3인이 바라본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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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女검사 51% 시대/ 女검사 3인이 바라본 검찰

입력
2009.03.0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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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폭탄주의 온상이라는 것은 옛말입니다. 술자리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도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진한 농담 같은 건 생각도 못하죠." 서울중앙지검의 한 남성 부장은 여성검사가 많아지면서 검찰 문화도 이처럼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올해 신규 임용된 검사 중 51%가 여성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검찰 조직에서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여검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울중앙지검 최고참 여성검사인 이옥 공판부장(사법시험 31회), 조사부 중견인 강수산나 검사(사시 40회), 지난달 첫발을 뗀 형사1부 김인숙 검사(사시 48회)를 만나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안 변했는지 들어봤다.

■ 달라진 위상,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검사실에 들어간 경찰관이나 피의자는 여검사를 보고 "검사님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 해프닝이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여검사가 급증하면서 그런 웃지 못할 일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에는 여검사들이 속속 공안이나 특수분야로 진출하면서 검찰 내부의 오래된 진입장벽도 깨졌다. 하지만 실제 여검사들이 느끼는 인사상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했다. 인사 때가 되면 여성 검사들은 남몰래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드러내 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귀동냥으로 "어느 부장검사가'여자는 수석검사(부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검사)로 받을 수 없다'고 했다더라" "여자 검사 받는 것 좋아하는 부장검사도 있나" 하는 소문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특수부 등 인지수사부서에서는 그런 장벽이 아직 꽤 있다"는 게 여검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실제 최근 검사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는 이미 배치된 2명 외에 새로운 여검사가 들어가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전체를 통틀어도 여검사는 19명으로 다른 지방검찰청보다 비율이 낮고 인지부서는 그 비율이 더 떨어진다.

17년차 중견검사로 1992년 임관 당시 동기들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는 이 부장검사. "초임 검사 시절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에 자주 배정되는 등 꽤 배려를 받아왔다"는 그는 "인사에서 배려를 받는 것조차도 차별이라는 생각 때문에 아픈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했다.

■ 수사능력 "괜한 걱정"

상시적으로 살인사건 용의자나 폭력사건 피의자 등 거친 범죄자를 만나야 하는 검사의 세계에서 여검사의 업무능력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강 검사는 "남자검사의 업무 능력을 1로 봤을 때, 여검사를 0.8정도로 보는 시각이 검찰 내부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검사 3인방은 이런 시각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타짜'들의'무늬목'사건, PD수첩 사건, 용산진압참사 사건 등에 투입되며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해 온 강 검사는 "업무능력은 검사 개인의 차이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 검사는 용산 참사 수사 당시 처음 이틀 동안은 동료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고 이후에도 항상 새벽 2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함께 일했던 김윤희 검사는 임신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수사가 끝난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이 부장검사는 "피의자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살인범이나 사기꾼 등 험악한 피의자들이 오히려 여검사에게 더 잘 넘어온다"고 말했다. "물론 그게 피의자에게는 안 좋지"라는 이 부장검사의 말에 후배 검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 아직은 변화의 초기

용산 참사 수사를 이끌었던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수사팀에 합류했던 김윤희 검사(현 성남지청)와 강수산나 검사 둘 다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평이 돌았다"고 말했다.

여검사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검찰 내부의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처음에 부임하면 여직원, 계장(수사관)들부터 경계를 한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금방 친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여검사와 함께 일해본 남자 검사들은 생각이 많이 바뀐다고 했다.

그러나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강 검사는"초임 때 부원들과 식당에 가면 내가 막내였기 때문에 물심부름 등을 나서서 했는데, 오히려 부장검사님이 '여자에게 그런 것 시킨다'는 오해를 받으실까 봐 고민하더라"며 난감했던 상황을 전했다. 어디에나 있는 딜레마가 검찰 조직에도 있는 셈이다.

■ '여성성'에 대한 딜레마

여검사들의 증가는 여검사들 간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고민과 함께 '여검사들의 여성성'을 둘러싼 내부적 논란도 낳고 있다. 강 검사는 "스스로 남자 동료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여성적인 정체성을 거의 신경 쓰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강 검사가 참석했던 여검사 워크숍에서는 "여성성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검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여검사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한嘯걋?'검사'이기 이전에 '여검사'로 보는 시각 자체가 불편하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평검사 때 닮고 싶은 선배가 있었다"며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닮고 싶은 선배의 모습인가 되돌아보게 되고, 그렇게 되고 싶은 바람이 든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여검사가 50%가 넘은 기수인 만큼, 내 스스로 '여검사'가 아닌 '검사'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선배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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