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시작된 이래 늘 상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한 주를 시작했다. 아마 모든 국민들이 다 똑 같은 느낌이었으리라.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새로운 한 주를 맞기가 두렵기만 한 월요일이다.
당장 주요 경제 지표들의 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번엔 또 얼마나 악화된 수치를 목격해야 할 지가 우선 두렵다. 더구나 지난 주말 국내외 금융시장은 최악의 모습으로 장을 끝냈다. 때문에 월요일 아침 주식ㆍ외환시장의 개장가가 끔찍할 것 같은데, 이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두려움이다.
경제 지표로는 2일 나올 '1월 산업생산' 통계가 가장 걱정스럽다. 실물경기흐름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인데, 아마도 역대 마이너스(-) 성장기록을 갈아치웠을 것 같다. 선행지표라도 하락곡선을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2월 외환보유액(3일)도 발표된다. 1월말 잔액이 2,017억 달러였고, 그 동안 일부 시장개입이 있었던 만큼 2,000억 달러 사수(혹은 붕괴) 여부가 관심거리다. 물론 2,001억 달러가 되는 1,999억 달러가 되는 크게 의미 부여할 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2,000억 달러가 주는 상징적 심리적 의미가 있는 만큼 결과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금융시장은 이번 주에도 춤을 출 것이다. 특히 해외변수에. 동유럽 디폴트문제도 아주 심각해보이지만, 시장에선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처리방향이나 씨티그룹에 이은 상업은행들의 추가적 국유화 이슈가 더 예민한 재료들이다.
국내 시장은 주식보다 외환쪽이 더 부담스럽다. 이미 1,500원선을 훌쩍 넘긴 원ㆍ달러 환율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2월 이후엔 경상수지도 흑자라고 하고, 당장 외화차입의 줄이 끊어진 것도 아니고, 3월 위기도 결국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도 환율은 계속 오르기만 하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고통스럽기야 정부만한 곳도 없으리라. 더 내놓을 외환수급대책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무작정 실탄발사(시장개입)에 나설 수도 없으니 차라리 '천수답 외환당국'이라 해야겠다.
무겁게 출발하는 한 주. 그나마 추경 예산에라도 기대를 걸어야 겠다. 어찌 보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요, 경제를 조금이라도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윤활유이기도 하다. 30조원 이상의 '슈퍼추경'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재정이란 모름지기 '얼마나' 보다는 '어떻게'가 관건이다. 빚낸 돈인 만큼 정말로 요긴한 곳에 써야 할 것이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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