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심각한 폭력사태가 다시 빚어졌다. 이번에는 면회소를 거쳐 의사당에 들어간 일반인이 국회의원을 의도적으로 폭행했다. 사건 자체도 그렇지만 사후의 상황이 더욱 충격적이다. 테러와 다름없는 명백한 사건을 두고, 폭력성을 부인하거나 무관한 명분을 내세우는 용의자와 이들을 두둔하는 시민단체의 태도는 우리 사회의 행위규범이 얼마나 뒤틀어졌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1989년 '동의대 사건' 관련 구속자와 그 가족으로 구성된 '5ㆍ3 항쟁 동지회'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부산지부 회원들이다. '동의대 사건' 관련자 46명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한 2002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결정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안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마련한 게 사건의 발단이다. 전 의원과 한나라당에 항의, 오늘로 예정된 개정안 국회 제출을 막아보자는 것이 집단 상경한 목적이었다.
전 의원의 '동의대 사건' 인식이나, 전 의원에 대한 용의자들의 적개심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애초에 보상위 결정이 사회적 논란을 불렀고, 결과적으로 순직경관 7명과 중상경관 10명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지적으로 보아 전 의원의 입법 노력은 의원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마찬가지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재심에서 보상위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을 우려한 용의자들이 전 의원에게 불만을 집중시킨 것도 민주시민의 정당한 권리다. 양측 주장은 각각 국회 심의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걸러지면 그만이다.
그런데 생각과 이해가 다르다고 국회의사당 안에서 의원을 폭행한다면 의원 개인에 대한 단순한 위협을 넘어 민주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도발이다. 그런데도 용의자들은 범행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엽적 정당성 주장에 매달리고,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마저 은근히 박수를 친다. 보수단체 행동대원들이 야당의원을 폭행해도 그 동기만 살필 것인지 묻고 싶다. '좌빨'이나 '우꼴'에 대한 사적 집행(린치)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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