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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인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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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인류의 등장

입력
2009.03.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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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없는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 종목으로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쿨 러닝>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얼마 전 한국 봅슬레이 팀도 그에 못지않은 눈물겨우면서도 쿨한 젊은이들이 동메달을 딴 실화가 있었다. 엊그제 스포츠 뉴스를 보니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스키점프의 김현기 선수가 개인 금메달을, 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란 이유는 그 소식이 스포츠 뉴스의 첫머리가 아니어서였다.

뉴스를 보던 나도 '아니 저런 놀라운 일이' 했는데, 뉴스엔 참 쿨하게 나왔다. 맨땅에 헤딩 한다는 속어처럼, 초록색으로 뒤덮인 점프대에서 선수들이 연습하는 장면과 학생 신분을 훌쩍 뛰어 넘었는데도 이 대회에 참가 하고 싶어 열심히 연습 했다는 선수의 인터뷰가 곁들여 있는 것이 다였다. 겨울이 있는 나라고 또 스포츠 강국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나라에서, 또 동계 올림픽 유치에 실패해 사뭇 비탄에 빠졌던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놀라웠다.

선수 개개인에게도 운동을 한풀이로 하던 시대는 지나갔고, 좋아하고 즐기며, 하고 싶어 하는 선수가 많다는 것은 퍽 다행이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과 김연아 선수를 통해 그런 가능성을 많이 봐 왔고, 뛰어난 선수들의 인간적 매력이 더해져 관중들에게 관람 태도도 한수 씩 가르쳐 준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을 메달리스트로만 보지 말고 경기 자체를 즐겨라'

감히 이들을 신인류라고 내 멋대로 이름도 붙였다. 너무 아름다운 외모와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함과 열정, 게다가 벌써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까지, 이전 세대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도처에서 이런 신인류들을 많이 본다.

애석하게도 이런 신인류들은 그들이 앞서 걸어가고 있는 길을 뒷받침해 줄 인프라 구축은 커녕, 빼어난 개인기들을 써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써먹겠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김연아 선수를 보며 아무리 환호해도, 여전히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인프라 구축에 어떤 청사진이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이후에도 그의 훈련 소식은 김연아 선수처럼 개인 연습에 돌입 했다는 소식만 접한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 자력으로 출전 했던 카약의 이순자 선수도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 선수는 또 혼자 어디서 뭘 어떻게 하고 있을까? 박지성 선수는 고군분투하지만, 서울시는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에 서울시 홍보효과 운운 하며 2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는 그 효과가 몇 백억에 달한다며 홍보한다.

올림픽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나라가 몇 나라나 되겠는가. 전 경기를 다 잘 할 필요도, 잘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결과와 성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당장의 효과를 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사람을 모으고 소프트웨어를 확충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그러니 문제가 터지면 메뉴얼이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민족이나 국가를 고무 시키는 데는 능해도 문제가 생기면 그건 다 개인 탓이다.

참, 도처에 신인류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런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분야가 딱 한군데 있다. 정치, 정치인들, 그들이다.

이미연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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