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달부터 총 20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로 했다. 자본확충펀드는 1차로 12조원으로 운영되고, 하반기에 추가로 8조원이 조성된다고 한다. 은행들이 12조원을 받을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우량은행 기준(12%)을 넘는 13%대로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대출여력도 최대 120조원이나 된다는 점에서 자본확충펀드 조성은 빠를수록 좋다.
은행에 대한 자본 수혈은 꽉 막혀 있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통화당국이 경제위기 이후 수십조원의 돈을 풀었지만, 은행권에서만 맴돌고 기업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은행들이 추가 부실을 우려해 대출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경제 침체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 부실화하면 은행의 자기자본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에 대해 "비오는 날 우산을 빼앗지 말라"고 다그쳐도 은행권이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의 체력을 보강해 주지 않으면 기업 구조조정-신용경색 해소-기업 대출 증가 등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받아 제대로 쓰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자본수혈만 받고,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거나 부실기업 솎아내기를 게을리하는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은행들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소극적 행태에서 벗어나 실물경제로 돈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흑자부도로 쓰러지는 사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에 앞서 중소기업 대출 보증에 대해 1년간 전액 만기 연장해 주기로 한 것도 은행의 추가 부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은행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뿐이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신용경색은 해소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대출마저 지지부진하면 연쇄부도와 금융권 추가 부실로 이어져 실물경제의 조기 회복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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