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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광덕사가 '천안 호두'의 기원 될 줄을 700년 전 충렬왕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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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광덕사가 '천안 호두'의 기원 될 줄을 700년 전 충렬왕은 알았을까

입력
2009.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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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뒷목을 따뜻하게 감싸와 뒤돌아보니 봄볕이었다.

포실한 봄볕 산행을 다녀왔다. 행선지는 충남 천안의 광덕산이다. 700m에서 단 1m 모자란 높이의 산이다. 본격적인 봄산행을 위한 워밍업으로 알맞은 높이다. 산세는 천안시 광덕면과 아산시 송악면에 그 자락을 펼치고 있다.

광덕산 입구의 광덕사는 왜 호두과자 하면 천안을 떠오르게 하는지 그 해답을 쥐고 있는 사찰이다. 이 절에서 처음 호두과자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호두의 전래가 광덕사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천안의 광덕면은 호두나무를 맨 처음 심었던 시배지로 지금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호두를 생산하고 있다.

광덕사 주차장에서 몇 걸음 안 걸어 도착한 광덕사. 2층 누각인 보화루로 올라가기 직전 우측에 두툼한 가지를 드리운 노목과 만난다. 400년이 넘은 호두나무다. 나무 아래 안내판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약 700년 전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유청신이란 분이 원나라를 다녀오면서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 경내에 심고 열매는 자신의 고향집(광덕면 매당리) 앞 뜰에 심었다."

이 나무가 그 때 처음 심은 호두나무는 아닐지라도 쭉쭉 뻗어나간 가지들은 수 백년을 지나온 신령스러움을 늘어뜨리고 있다. 호두나무가 처음 전래된 광덕면 일대엔 지금도 25만8,000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광덕사는 아담한 규모이지만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까지 거슬러 오르는 천년고찰이다. 큰 가지 드리운 호두나무를 지나 보화루로 들어서면 대웅전 앞 작은 뜨락이 펼쳐진다.

전란 등으로 수차례 소실, 중창을 거듭한 탓에 큰 볼거리는 별로 남지 않지만 대웅전 앞 삼층석탑과 계단 앞 돌사자의 고졸한 멋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보화루에 서면 건너편 돌담을 끼고 줄줄이 오르는 산행객들을 볼 수 있다. 좁은 돌담길을 따라 일렬로 오르는 등산객들 모습이 마치 선을 좇아 포행을 나선 선승들 같다. 그들에 섞여 산으로 향했다.

봄볕에 몸은 금세 달아올랐다. 목덜미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반가웠고, 앞섶은 금세 풀어헤쳐졌다. 광덕사에서 산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돌산이 아닌 육산이라 봄볕에 녹기 시작한 흙 바닥을 계속해서 밝고 오른다. 팔각정을 지나고 헬기장에 오를 때엔 허벅지도 꽤나 팍팍해졌다.

마지막 깔딱고개를 넘자 드디어 정상이다. 나른한 봄기운에 대기는 희부염했고, 시야는 시원치 않았다.

정상은 꽤 넓다. 보도블록까지 깔려 있다. 산정은 등정을 축하하는 파티객들로 인산인해다. 이삿짐 포장재의 플라스틱 박스를 엎어놓고 벌이는 막걸리 파티다. 노란 양은 대접의 막걸리와 마늘종, 멸치, 고추장 종지만으로도 풍성해보였다.

이곳까지 등짐지고 올라온 이들이 판매하는 막걸리 한 통 가격은 7,000원. 광덕산 정상을 찾는 이들. 이 맛에 기를 쓰고 올라오나 보다. 깔딱고갯길을 깔딱거리며 올라왔으니 타는 목도 목이지만 걸쭉한 막걸리로 에너지 보충하는 것도 절실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편에선 애써 그 풍경을 피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뒤돌아서 내뱉는 "으이구, 막걸리에 환장한 귀신들"이란 비아냥이 귓전을 스쳤다. 호젓이 정상을 감상할 수 없으니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등산의 기쁨을 즐기는 방법도 등산복의 화려한 색깔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 여행수첩/ 광덕사

● 천안논간고속도로의 남천안IC에서 나와 1번 국도를 타고 가다 소정 삼거리에서 우회전, 623번 지방도로를 갈아타고 풍세로 향한다. 풍세면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하면 광덕사 주차장이다. 광덕사에서 팔각정 등을 거쳐 정상까지 왕복하는 데 서너 시간 걸린다. 광덕사 (041)567-0050

천안=글·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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