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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시급한 한미 FTA 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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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시급한 한미 FTA 비준

입력
2009.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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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2006년 2월 3일 국민적 기대와 우려 속에 한미 FTA 협상 개시가 선언됐다. 14개월간 수백명의 양국 협상가들이 여덟 차례 공식협상을 거쳐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그 뒤 약 22개월 동안 한미 FTA 협정문은 먼지만 쌓인 채 두 나라 국회의 비준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에 더욱 절실

한미 FTA 협정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이유는 여럿이다. 첫째, FTA의 효과는 경쟁국보다 얼마나 빨리 체결하느냐가 좌우한다.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및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고 논란도 많았다. FTA의 효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지만, 수출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분야에서 보면 경쟁국이 체결하지 않은 동안 FTA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따라서 경쟁국보다 FTA를 빨리 체결할수록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체결한 한-칠레 FTA를 예로 들어보자. FTA 체결 직전 1년과 발효 후 4년이 경과한 시점을 비교해 보면, 우리의 대칠레 수출은 6.6배, 수입은 3.3배 증가했다. 칠레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2003년 3.0%에서 2007년에는 7.2%까지 증가했다.

둘째, 한미 FTA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 판로 확보에 비상이 걸린 우리 기업에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이 될 것이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각국이 속속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역시 반덤핑 조치와 같은 무역구제조치 발동을 늘리거나, 최근 경기부양 법안에 'Buy American' 조항을 포함시켜 우리 무역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이럴 때 한미 FTA가 발효 중이었다면…"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면 우리는 미국이 무역구제 조치를 개시하기 전에 협의 기회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비록 'Buy American' 조항이 있더라도 한국은 예외로 취급되고 정부구매 한도도 하향되어 미국의 SOC 투자 확대의 호기를 더욱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양국간 입법절차가 상이하므로 우리는 우리 상황에 맞게 비준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조약을 비준한 후 관련법 개정이 진행되나, 미국은 조약 비준과 동시에 관련 법 제도도 자동적으로 조약의 내용을 따르게 된다. 우리는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심의할 때 시간 제약을 두고 있지 않아 언제 통과될 것인지 기약할 수 없지만, 미국은 무역촉진권한(TPA) 아래 협상된 조약은 최장 90일 내에 반드시 표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발효된 FTA가 의회에서 통과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33.5일이었다.

일부에서는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 비준하면 이른바 국격을 훼손하는 굴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분들에게 묻고 싶다. 미국과 FTA 협상을 끝낸 후 먼저 비준하고 미국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콜롬비아와 파나마는 품격이 낮은 국가인가?

우리 기업 생존 걸린 문제

지난 주 미 상하 양원 조정을 거쳐 통과된 경기부양법안에는 무역조정지원(TAA) 제도의 재연장이 포함됐다.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 등 민주당 유력인사는 TAA 연장 없이 FTA 비준은 검토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어, 어찌 보면 한 가지 걸림돌은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한 바 없는 재협상에 대해 우리 국회가 나서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회는 한미 FTA가 우리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비준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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