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 운동이 일어난 지 어느덧 아흔 돌을 맞게 되었다. 어두운 동천(冬天)의 장막을 걷어내고 3월 하늘을 환히 밝혔던 독립만세 운동의 뜨거운 함성이 오랜 역사를 넘어 들리는 듯하다.
지난 세기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민족사의 고비마다 위기를 극복하는 끈기와 저력을 발휘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대일 항쟁기에 오직 조국 광복이라는 기치 아래 한민족이 살아있음을 세계 만방에 알린 3ㆍ1 운동은 민족사에 길이 빛날 쾌거였다. 3ㆍ1 운동에는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 정신이 있었고, 혼이 있었다. 죽음보다 더한 민족적 굴욕을 씻고 생명보다 소중한 독립에의 열망으로 민족의 비분을 담아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했다.
세계는 지금 자국의 이익을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낙오하는 민족은 생존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러한 때 90년 전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던 3ㆍ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 밝은 미래를 열어 나가는 일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미년 3월1일 우리의 선열들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역과 종교의 차이를 넘어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는 데 하나가 됐다. 전국 각지에서 1,500여 차례나 만세운동이 전개됐고 참여 인원수가 200만 여명에 이르렀다. 이러한 국민적 단결과 화합의 정신은 지역과 계층, 세대간 갈등을 넘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일류국가를 이뤄야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진정 필요한 정신적 가치가 아닐 수 없다.
3ㆍ1 운동의 결과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다. 임시정부는 민주공화국의 기치를 내걸고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민족사에 새겨 놓았다. 90년 전 3ㆍ1 운동이 추구했던 이념은 진정 오늘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는 살아 있는 과거라 하겠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법통을 상해 임시정부에서 잇고 있다. 바로 그것은 3ㆍ1 운동의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다. 3ㆍ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또 제국주의에 항거해 민족의 자존을 일깨운 3ㆍ1 운동은 중국, 인도, 이집트 등 세계 여러 나라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어 약소민족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도 했다.
3ㆍ1 독립선언서는 우리 민족의 독립 뿐 아니라 자유와 평화라는 세계사적 보편 가치를 선구자적 시각으로 명시했다. 이 가치는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결코 달라질 수 없는 불변의 것이며, 세계화를 지향하는 오늘날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미래지향적 개혁주의와 열린 민족주의, 글로벌 평화주의를 추구하며, 적대주의를 지양하는 독립선언서의 가르침은 21세기에도 유효한 정신이다.
독립선언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독창력과 개척정신 역시 우리가 지식강국을 만드는 기본정신으로 삼아야 한다. 독립선언서는 '안주하지 마라, 편가르지 마라'고 지금도 후손들에게 외치고 있다. 3월이면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 57개 지역에서 독립만세 재현행사가 열리고,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펼쳐진다. 선열들의 국난극복 의지를 되새겨 보고 위국헌신 정신을 국민통합 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는 선열들이 보여준 자주독립의 기상과 대동단결의 지혜가 있다. 3ㆍ1절 90주년을 맞아 일제의 총칼에 항거하며 이루고자 했던 선열들의 뜻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자.
이종정 국가보훈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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