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연 이틀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나날이 곤두박질치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정부가 온갖 처방을 동원하고 있는데, 신속한 입법으로 뒷받침해 줘야 할 국회가 정쟁만 일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가 깽판' '복통이 터진다'는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의 답답함과 그의 당찬 성격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도, 너무 나간 느낌이 들고 솔직히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도 된다.
윤 장관이 잇단 공개 강연에서 토로한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와 미분양주택 해소 등을 위해 세금 감면 등 갖가지 지원방안을 내놓았는데,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가 늦어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분야를 신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는데 사회의 인식이 폐쇄적이어서 진전은커녕 토론조차 거부하는 경직된 사회구조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특히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확충,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경쟁원리 도입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개혁이 꼭 필요한데도 누구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기를 꺼린다며 "왜 (국회에서) 의안을 상정도 못하게 하느냐, 상정하고 토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야당을 겨냥했다. 또 "선거는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은 어제 한나라당 주최 포럼에서 "한나라당은 국민이 왜 172석을 줬는지 알아야 한다"는 충고로까지 이어졌다.
윤 장관의 발언이 한 부처의 수장으로서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정치권 전체에 실망한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읽고 총대를 멘 정치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속마음이 어떻든 경제위기를 남의 집 불 보듯 하고 토론과 대안 모색을 외면하는 국회의 책임 방기를 꼬집은 것은 공감할 사람들이 많다. 교육과 의료부문만 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거대담론에만 머물면 하향평준화밖에 이룰 것이 없다. 윤 장관을 비롯한 정부도 과연 정치권 설득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했는지, 여당의 강행 처리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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