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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할아버지·트로트 가수 "서울대 학사모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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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할아버지·트로트 가수 "서울대 학사모 써요"

입력
2009.03.0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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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팔순의 만학도와 가난 때문에 돈벌이에 나서야 했던 트로트 가수가 2009년 서울대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게 됐다.

25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가 개교한 1946년 사범대 영어과에 입학한 이한구(82) 옹이 63년만에 학사 학위를 받는다. 이 옹은 영어과에서 2학년을 수료한 뒤 문리대 독어독문학과에 편입했으나, 4학년 1학기 때인 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58년이나 학업의 꿈을 놓지 않았던 이 옹은 지난해 6월 재입학원을 제출, 지난 학기에 3학점짜리 '독어독문학 논문쓰기' 과목을 수강하는 한편 '카프카의 생애와 문학'이라는 졸업 논문도 작성해 제출했다. 인문대는 26일 오전 11시 교수회의실에서 이 옹에게 졸업 증서와 함께 독문과에서 준비한 감사패를 수여키로 했다.

2006년 소비자아동학부에 재입학했던 트로트 가수 현자(본명 양미정ㆍ44ㆍ여)씨도 학사모를 쓰게 됐다. 현자씨는 84년 서울대 가정학과 입학했지만,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 1학년만 마치고 학업을 포기했다. 그는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부는 너무나 큰 사치였다"고 회상했다.

대학 1학년을 마친 뒤 '무조건 돈을 많이 벌겠다'고 마음먹고 밤무대 가수로 변신했다. 그후 20년간 결혼도 미루고 돈만 벌었다. 그 많던 빚도 갚고 가난을 면했지만, 20년 넘은 세월 동안 부모님 모두 세상을 등졌고 학업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져 갔다.

현자씨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생전에 딸이 학업을 마치기를 바라셨던 어머니를 떠올려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2006년 재입학한 현자씨는 학업에 대한 한을 푸느라 가수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 수업에도 절대 빠지지 않았다. 덕분에 25년전보타 훨씬 좋은 평점 3.44(만점 4.3)으로 졸업할 수 있게 됐다.

현자씨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한편, 본격적인 가수 활동 재개도 검토 중이다. 그는 "원래 독신주의자였는데 아동가정학을 공부하다보니 가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며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가정을 갖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아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26일 학위수여식을 열어 학사 2,906명과 석사 1,667명, 박사 508명 등에게 학위를 수여한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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