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이 최고 28% 줄어든다. 지난해 신입사원 연봉이 3,600만원이었다면 올해 신입사원은 3,100만원 밖에 못 받게 됐다. 기존 직원들 임금도 동결 또는 삭감된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에 사용하겠다는 것이 재계 다짐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에서 시작된 일자리 나누기가 금융계에 이어 재계에도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조석래)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30대 그룹 채용 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 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의견을 모았다.
30대 그룹은 먼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선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대졸초임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데 협의했다. 이를 위해 대졸 초임이 2,600만∼3,100만원인 경우 연봉의 0~7%, 3,100만~3,700만원이면 7∼14%, 3,700만원 이상인 기업은 14∼28%를 삭감키로 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날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10∼15% 정도 삭감키로 했다고 확인했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10∼15% 정도 초임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도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대졸 신입사원 초봉을 5∼15% 삭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30대 그룹은 또 기존 직원의 임금 조정 등도 추진키로 했다. 이미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 조정을 선언하고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 재계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직원들 임금을 2,3년간 동결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전경련은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고용 안정과 신규채용, 인턴채용 등에 사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취업자가 10만3,000여명이나 감소했고 올해도 20만 명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일자리 대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의 임금이 하향 안정화한다면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와 불균형도 해소됨으로써 상생협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날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 "'금 모으기'보다 의미있는 국가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적극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일자리를 나누고 대량 해고 없이 올해를 넘기면 각국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저렇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한국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국민들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녹색성장 산업의 비전과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그는 또 "일자리 나누기는 기업에 대한 근로자들의 충성심이 더 커지는 등의 효과로 경기가 반전됐을 때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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