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탁자와 의자가 놓인 15㎡ 남짓한 방이 무섭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관람석 여기저기서 비명이 나왔다.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흔들리는 데 대한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정작 방 안에 있던 어린이 4명은 소리도 지르지 않고 침착했다.
한 어린이가 서둘러 가스 밸브를 잠그고 피난 시 문이 닫혀 방에 갇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열린 문을 의자로 고정시켰다. 이들이 탁자 아래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앉은 지 20초 정도 지난 후, 흔들리던 방이 잠잠해졌다.
그 순간 아래쪽 관람석에 있던 다른 어린이들과 소방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주 잘했어요. 다음 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에 위치한 서울시민안전체험관. 이곳은 시민들이 각종 가상재난 상황을 직접 체험하면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최초 재난 체험관이다.
지하1층 지상3층 연면적 6,142㎡의 규모로 지진, 화재, 풍ㆍ수해 등 20여종 체험코너가 있다.
2003년 3월 개관한 이래로 체험관을 다녀간 방문객은 약 92만9,000명. 하루 평균 600명 정도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재난 사고를 체험하고 사고 예방 및 대처요령을 익혔다. 이러한 체험시설이 없는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올해 2,500명 가량 다녀갔다.
체험장은 재난 상황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방문객들은 체험 시 주의사항 등 기본교육을 받은 후 1개조 당 40~50명으로 구성돼 소방공무원의 인솔 아래 각 체험장에 들어가게 된다.
연기 피난 체험장은 실제 연기가 뿌옇게 방을 채우고 있다. 소방관의 설명에 따라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막은 후 벽을 두드리며 오리걸음으로 미로를 지나 비상구를 빠져 나오면 성공이다. 화재 시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를 예방하기 위한 체험이다.
소화기 체험장은 방문객이 소화기 사용법을 배운 후 물소화기를 가지고 실습할 수 있다.
스크린에서 가스레인지, 전기 플러그, 난로 등에서 불이 번지는 시뮬레이션 영상이 나오면 물소화기로 스크린을 쏴야 한다. 5초 내에 물이 닿지 않으면 '진압에 실패했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온다.
24일 현장학습을 온 무악초등학교 신하빈(10·여)양은 "처음엔 소화기 안전핀을 뽑는 게 어려워 불을 끄지 못했는데 두 번째엔 성공해서 기분이 좋고 안심이 됐다"면서 "앞으로 사고가 났을 때 오늘 배운 것들을 꼭 기억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홍수와 강풍에 대비한 풍수해체험, 성인대상의 인공호흡 강의 및 실습, 소방관의 활동영상을 볼 수 있는 영상관 등이 마련돼 있다.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의 손문범(35)주임은 "과거 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등 다양한 재난을 보아 왔지만 이에 대한 예방 훈련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라며 "체험관을 통한 안전 생활화 교육으로 시민들이 재난, 재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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