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2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시작은 부드러웠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를 찾은 조 회장 등 경제 6단체장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위기극복에 애쓰는 경제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덕담을 건넸고, 조 회장도 "이렇게 환영해주니 헤쳐나갈 큰 용기를 얻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에서 8,000억불을 투자할 것"이라며 "미국 재계가 재협상은 없다고 했다. 우리가 먼저 비준하면 미국 비준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고 정 대표를 압박하면서 분위기는 이내 싸늘해졌다.
이에 정 대표는 "미 정부가 의회에 비준을 요청하면 우리도 30일 이내에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당리당략 때문에 지연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논의했지만 회기 불계속의 원칙에 따라 18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맞다"면서 "선 비준으로 미 의회를 압박한다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조 회장은 "정 대표는 비준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재계는 어떻든 FTA가 빨리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절박한 바람"이라며 "미 재계나 의회가 재협상은 없다고 명확히 확인해줬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옆에 있던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때 우리 정부가 수용하면 국민이 용납을 안 할 것이고, 거부하면 FTA는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며 "원칙 못지 않게 절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답답하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고, 정 대표도 입술을 꾹 다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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