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과 고혈압은 '실과 바늘'이다.
대한신장학회가 '세계 콩팥의 날'(3월 12일)을 앞두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 7대 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2,411명과 전국 280개 의료기관에서 신대체요법(혈액투석, 복막투석, 콩팥이식)을 받고 있는 4만4,3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정상인은 만성 콩팥병이 9.3%에 불과한 반면 고혈압 환자는 3배 가량 많은 21.3%가 콩팥에 이상이 있었다.
학회 박정식(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 이사장은 "콩팥은 고혈압에 의해 손상된 대표적인 장기"라며 "콩팥 기능이 감소할수록 혈압은 급격히 올라가고, 만성 콩팥병 환자의 대부분이 고혈압으로 판정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콩팥병은 자가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콩팥기능검사를 받아야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신장학회는 3월 9~15일을 '콩팥 건강 주간'으로 정하고, 12일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을 비롯해 전국 8개 권역 행사장과 종합병원 등에서 만성 콩팥병 무료 검진과 공개강좌를 연다. 문의 (02)3486-8738.
■ 콩팥 기능 절반돼도 증상없어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배출하는 콩팥은 어른 주먹만한 크기로 2개 합쳐 300g 정도로 강낭콩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오목한 부분이 안쪽을 향해 있다. 콩팥은 30~40% 기능이 떨어져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병의 조기 발견이 어렵다. 콩팥 기능이 10% 이하 밖에 되지 않는 말기 콩팥병은 혈액투석과 콩팥이식 수술만이 길이다.
콩팥병은 방치하면 5~7년 뒤 말기 콩팥병으로 악화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간단한 검사로 콩팥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다.
우선 혈액검사(혈중 크레아티닌 수치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이 분해돼 생기는 노폐물로 콩팥에서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간다. 정상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는 0.7~1.4㎎/㎗이다.
또한 단백뇨검사로 콩팥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단백질은 대사를 한 뒤 몸에 다시 흡수된다. 하지만 콩팥이 손상되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따라서 몇 주 간격으로 두고 소변 검사를 한 뒤 2회 이상 단백뇨라면 만성 콩팥병일 확률이 높다.
검사 수치는 30㎎/L 이하이면 '정상'이고, 300㎎/L 이상이면 '단백뇨'로 판정한다. 중간 단계인 20~300㎎/L는 '미세 단백뇨'라고 한다.
■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
콩팥 기능을 회복하려면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은 필수다. 특히 콩팥병 진단을 받은 당뇨병 환자는 식사에 맞춰 인슐린 등의 용량을 조절해야 하므로 식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과일과 야채가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예외다. 콩팥기능이 좋을 때는 오렌지, 바나나, 토마토 등 칼륨 성분이 많은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좋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주의해야 한다.
콩팥병 환자는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할 경우 근육쇠약과 부정맥은 물론 심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요즘 많이 마시는 옥수수수염차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콩팥병 환자는 삼가야 한다.
채소를 섭취할 경우 채소와 호박, 버섯 등의 껍질을 벗기거나, 채소를 물에 2시간 이상 담갔다가 물로 헹구면 칼륨을 줄일 수 있다.
또, 잡곡밥에 많은 인과 칼슘도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농도의 균형을 맞출 수 없게 돼 가려움증, 관절통, 부종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인의 섭취를 줄이려면 사탕이나 꿀 등의 당 섭취를 늘리고 치즈 등의 유제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쇠고기와 닭고기 등을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하되, 고지소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총 섭취량의 15~2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지방은 올리브유와 카놀라유 등 좋은 지방(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한다.
나트륨과 물은 혈압을 올리고 부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히 먹어야 한다. 하루 수분 섭취량은 전날 본 소변량에 500~700㏄ 정도를 더한 양이 적당하고, 소금 섭취량은 5g 이하로 줄여야 한다.
운동이 콩팥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 혈당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 개선과 체중 조절,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운동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의해 적당한 운동량을 정해야 한다.
운동은 걷기와 수영,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종목으로 1주일에 3회, 30분 이상해야 효과가 있다. 강도 높은 운동은 피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
●도움말경희의료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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