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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길거리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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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길거리 레스토랑

입력
2009.02.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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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우체국 옆 중국식 만두 전문점 딘타이펑(鼎泰豊)의 주메뉴는 샤오롱바오(小龍包)다. 중국식 왕만두 바오쯔(包子)를 먹기 좋게 작은 크기로 만든 것인데,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얇은 만두피를 찢으면 흘러나오는 돼지고기 만두소의 육즙을 먼저 맛본 뒤 만두를 먹는 게 순서다.

통째 입에 넣었다간 입안이 데일 수 있다. 1993년 뉴욕타임스가 '가보고 싶은 세계 10대 레스토랑'으로 선정한 이 음식점은 노점상에서 출발했다. 창업주는 1958년부터 대만 거리에서 샤오롱바오를 팔다 가게를 내 번창했고, 지금은 세계에서 42개 점포를 운영할 만큼 크게 성공했다.

▦딘타이펑 건너편, 한국은행 별관에서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이르는 인도에는 노점상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양말 스타킹 귀고리 머리핀 등을 파는 액세서리점, 신문 가판대를 겸한 소형 매점도 있지만 행인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은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이다.

오방떡 떡볶이 오뎅 토스트 김밥 꼬치구이 등등…. 출근길 직장인들은 김밥 토스트를 많이 사 가는데, 추운 겨울 퇴근 무렵에는 떡볶이와 오뎅이 최고 인기 메뉴다. 소공동 명동 일대 호텔에 투숙한 일본인 관광객들도'거리 메뉴'로 아침 식사를 하며 한국에서의 이색 체험을 즐기곤 한다.

▦얼마 전 이곳 노점상 모습이 확 바뀌었다. 낡고 우중충했던 기존 가판대 대신 세련된 디자인의 가판대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회색 차양을 부착한 초콜릿 색상의 가판대는 주변 백화점, 호텔의 고급스런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내부 천장에는 에어컨이 달려 있고, 냉장고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제작비는 개당 800만원인데, 서울시가 교체 비용 전액을 지원했다. 대신 노점상들은 연간 60만~70만원의 사용료를 낸다. 서울시는 시내 전체 가판대 2,875개 중 960개를 바꿨고, 나머지도 올해 안에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새 가판대는 음식 조리가 어려운 구조다. 내부가 좁고 조리기를 설치할 수도 없다. 식품위생법상 불법이지만, 무턱대고 단속하기도 어려운 가판대의 음식 조리를 자연스럽게 줄여 보려는 서울시의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새 가판대에 판넬을 이어 붙인 뒤 조리기를 올려 놓고 음식을 만들어 판다.

시민들도 변함없이 즐겨 찾는다. 이럴 바에야 식품위생법을 고쳐'길거리 레스토랑'을 양성화하는 게 낫다. 위생 설비와 기준을 마련하고 점검 지도도 해주면 금상첨화겠다. 이들 중에서 딘타이펑처럼 한국적 거리 메뉴로 성공하는 노점상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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