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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령화사회 슬픈 자화상/ 노인이 노인 간호 늘며 동반자살 등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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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령화사회 슬픈 자화상/ 노인이 노인 간호 늘며 동반자살 등 잇달아

입력
2009.02.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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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요새 통 식사를 안 하네."

일본 도쿄(東京) 오타(大田)구 주택가 나카마고메. 지난 달 15일 밤 이곳 주민에게 이웃에 사는 80세 할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1년 여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의 전화여서 걱정이 된 주민은 다음 날 할머니를 찾아갔다. 집에는 87세인 남편이 이불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숨진 지 1주일에서 열흘이 지나 있었다. 부인도, 지적 장애가 있는 50대 초반의 아들도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핵가족화와 저출산에, 노령인구가 급증하는 일본에서는 노인이 노인을 간호하는 세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치매나 암 등으로 고통 받는 병자끼리 서로 간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노노(老老)간호'에 지쳐 동반자살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증가 추세다.

일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건이 2005년 후쿠이(福井)현 오노(大野)시 폐화장터의 80대 부부 동반자살이다. 당뇨병으로 걷지 못하는 82세 부인을 간호해오던 남편은 부인이 수년 전부터 치매 증상까지 보이자 이를 비관해 1년 여 전부터 자살을 준비했다.

당일 사용한 승용차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두 사람의 행적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오후 4시 반 차에 아내를 태우고 있다.' '오후 8시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차로 친척집 등 추억의 장소를 둘러본 뒤 화장터에 도착했다.' '아내는 한 마디도 않고 기다리고 있다.' '숯과 장작으로 화장 준비를 한다.' '0시45분 불을 지핀다. 안녕.'

두 사람은 30년 전부터 쓰지 않는 화장터의 화장로에 불을 지피고 들어가 로프로 입구를 닫은 뒤 함께 백골이 됐다. 이튿날 집과 논밭 등 소유 부동산을 자세히 적은 유언장이 시청에 도착했다. 유산을 모두 시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25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 집계 결과 지난해 1~11월 '간호에 지쳤다'는 이유로 살인사건(미수 포함)을 저지른 노인은 21명으로 전년 동기 5명에서 4배 이상 늘었다. 간호보험을 받는 세대 중 간호자와 피간호자가 함께 65세 이상인 노노간호 세대는 2001년 40.6%에서 2007년에는 47.6%로 증가했다.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 산교(産業)의대가 2002년부터 5년에 걸쳐 현내 60세 이상 남녀 3,000명을 추적해 이 기간 병이나 노쇠로 숨진 381명을 분석한 결과, 노노간호 남성은 건강한 가족과 동거하는 남성에 비해 사망률이 2배 높았다. 게다가 간호하는 남성이 지팡이를 짚는 등 신체가 부자유한 경우는 사망률이 4배나 됐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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